KBS2 수목드라마 ‘개소리’(극본 변숙경, 연출 김유진)는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다.
제목은 발칙하지만, 추구하는 웃음은 소소하고 소박하다. 한순간에 갑질 배우가 돼 거제도로 내려간 ‘국민 배우’ 이순재와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 등 이른바 ‘시니어벤져스’의 일상을 중심으로 경찰견 소피와 함께하는 사건 해결기를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휴먼 드라마의 따뜻함, 수사극의 긴장감, 코미디 드라마의 웃음을 모두 잡으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소리’는 이순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순재는 라이징 스타 현타(남윤수)와 갈등올 드라마에서 하차당한 후 촬영장을 떠나던 중 질병으로 인한 급한 소변 신호를 느끼지만, 끝내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주차된 자동차 사이에서 노상 방뇨를 감행하고 만다.
이때 현타의 커피 트럭이 자리를 떠나면서 이순재가 노상 방뇨하는 장면이 팬들 앞에 그대로 드러났고, 이순재가 드라마에서 하차한 것에 앙심을 품고 현타의 커피 트럭에 ‘소변 테러’를 한 것으로 오해가 커진다.
이순재는 비뇨기과 진료를 받고 차도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지만, 시도 때도 없는 ‘소변 신호’는 그를 괴롭힌다. 순식간에 후배를 ‘소변 테러’ 한 ‘갑질 배우’가 된 이순재는 작품 미팅을 위해 카페를 찾았다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환시를 보는 등 공황 증상에 시달리고, 이 일로 카페 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대형 사고를 친다.
‘실례’를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로 다가오던 제작진에게 “꺼져!”라고 소리치며 다시 한 번 ‘갑질’을 자청한 이순재는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하고 거제도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이순재는 자신과 말이 통하는 경찰견 소피를 만나게 되고, 이순재를 응원하러 왔던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이 이순재와 소피의 도움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화재 사고를 넘기면서 거제도에서 지내기로 하며 본격 스토리가 시작된다.
‘개소리’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엮어낸다. 이순재와 ‘시니어벤져스’,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경찰견 소피, 이순재의 아들 이기동(박성웅)과 홍은하(김지영)-홍초원(연우) 모녀의 복잡한 사연, 거제도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은 하나의 큰 줄기로 어우러지면서도 저마다의 색깔을 낸다.
노년의 고독, 출생의 비밀 등 예측 가능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 주연을 맡은 이순재는 다양한 결을 가진 스토리를 오가며 ‘국민 배우’의 힘을 입증한다. 이름값마저 내려놓은 듯한 극성 강한 코믹 연기부터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휴머니즘 강한 연기는 ‘과연’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여기에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은 ‘어벤져스’라 불릴만한 연기로 힘을 보탠다. ‘시니어벤져스’ 5인의 연기 열정은 누군가는 ‘내리막’이라고 할 이들의 배우 인생이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침처럼 찬란한 새로운 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입증한다.
노년 배우들을 내세운 ‘개소리’가 이들의 활약과 함께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존재감만으로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 박성웅, 김지영 등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빛나는 배우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이순재가 거제도로 내려가는 이유가 된 현타 역의 남윤수를 비롯해 잘생긴 카페 아르바이트생 강민우 역의 공찬, 김용건의 딸이자 이기동에게 결혼식 당일 파혼당한 김세경 역의 이수경을 비롯해 홍초원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형사 육동구 역의 태항호 등이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거나 재기발랄한 특별출연으로 힘을 싣는 배우들의 활약은 또 하나의 재미다. 김용건과 갈등하다 죽은 채 발견된 유튜버 쭈미 역의 김아영과 여자친구인 쭈미를 죽인 진범이었던 크나큰 이동원, 예수정의 팬으로 드라마를 웹툰화하고 싶다고 부탁했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됐던 웹툰 작가 박외수 역의 류해준, 서로가 박외수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해 죄를 뒤집어 썼던 예비 부부 황종국 역의 연제형, 손명옥 역의 이유진, 기장인 척 여성들을 유혹해 소매치기를 했던 사기꾼 서지석, 경찰견 소피의 목소리를 담당한 배정남 등의 맹활약은 작품에 생기를 더했다.
‘개소리’는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조금씩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들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소박한 에피소드들이 적중한 덕이다. 자극적인 스토리 없이도 ‘개소리’가 지금의 힘을 이어갈 수 있다면, 방송계에서는 또 하나의 미덕을 입증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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