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2024 노벨상] 암·난치병 치료제 '비밀열쇠'… 마이크로RNA 발견한 2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은 RNA 분자인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생물이 발달하고 기능을 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마이크로RNA의 존재를 밝혀내 생명과학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특히 암 등 주요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71)와 게리 러브컨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72)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마이크로RNA를 발견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까지 알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이전에 인류가 알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밝혔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mRNA를 분해함으로써 특정 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막아 발현 과정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증식과 분화, 면역반응, 노화, 질병 등 생명 현상의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실험실에서 마이크로RNA를 처음 발견한 인물이다. 예쁜꼬마선충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마이크로RNA의 한 종류인 'lin-4'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마이크로RNA가 세포 내에서 선충의 발달 과정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있는 현상을 탐지한 것이다.

러브컨 교수는 마이크로RNA가 mRNA와 결합해 mRNA를 분해한다는 원리를 밝혔다. 생물학계는 이 원리를 통해 mRNA가 유전자 발현 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류가 찾아낸 두 번째 마이크로RNA인 'let-7'도 그의 성과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는 "두 사람의 연구에서 마이크로RNA를 향한 인류의 탐구가 촉발됐다"며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RNA를 발견하고 역할을 밝히는 데 이 연구들이 근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수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암과 심혈관질환, 파킨슨병 같은 다양한 신경질환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RNA 관련 연구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생리의학상은 mRNA 연구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와 커리코 커털린 바이온텍 수석부사장이 받은 바 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역시 마이크로RNA 연구자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세계 생명과학계를 이끄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앰브로스 교수가 낙점되면 공동수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수상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에서는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앰브로스 교수는 2008년 래스커상을 받은 바 있다. 2014년에는 이스라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도 수상했다. 울프상은 노벨과학 수상 비율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1100만크로나(약 14억2824만원)를 나눠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순서로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RNA(miRNA)

마이크로RNA는 염기 20~24개로 이뤄진 작은 RNA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로,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성장·발달·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는 수만 종의 RNA가 있는데, 이 중 마이크로RNA는 약 700종이다.

[고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