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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굿파트너' 장나라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라는 대사,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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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는 17년차 이혼 전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7회에서 최고시청률 17.7%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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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차은경 역을 맡았던 장나라(43)는 누구나 인정할 법한 실력있는 베테랑 변호사의 냉철함을 지녔지만 자신의 이혼으로 딸 문제에 봉착하자 무너지고마는 엄마의 따뜻함까지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 공감대를 높였다. 장나라가 이번에는 딕션과 톤을 기존 역할과는 달리 좀 더 강하게 했다.

장나라는 발라드 곡들이 담긴 데뷔음반을 들고 매니저와 함께 신문사를 찾았던 2001년부터 시작해 연륜 있는 연기자로 성장한 지금까지 참 바른 길을 걷는 연예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첫 인터뷰를 위해 신문사를 방문했을 때 유독 쑥스러워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인터뷰에서 만난 장나라에게 많은 걸 물어봤다.

-이번에는 딕션에 변화를 줬는데

▶조금 다르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색다른 시도를 했는데, 어떤 부분은 아쉽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1+1=2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조금 다르게 하면 어떨까, 어디에다 중심을 두고 할까 하고 시도한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를 특이하게 잡아 모험일 수 있는데,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본 게 가장 기분이 좋았다. 나는 감정을 잘게 쪼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한 신에서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썼다.

나는 지난 4년간 저의 부족한 점에 집중했다. 발전이 더딘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것 같고. 그러다 남지현을 만났는데, 건강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런 사람이 건강하고 믿음직한 캐릭터인 한유리를 연기해서 좋았다. 저를 보면 (문제가)안풀릴 것 같아, 남지현이 연기하는 한유리 캐릭터를 보고, 톤의 높낮이를 결정했다. 어떤 식으로 한유리를 대해야 할지가 차은경 캐릭터의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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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가 왜 잘됐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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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본다. 그런데 먼 이야기가 아니다. 삼촌의 누가 그랬다더라 라고 공감할만한 이야기인데, 그걸 법률적으로 풀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공감과 흥미, 둘 다 잡았다. 누구나 결혼과 이혼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선택을 구분해서 이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고정관념 없이 선택의 문제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게 메시지다..

-현장은 어떠했나

▶자랑할만한 현장이었다. 감독이 준비를 많이 했다. 스태프의 손은 빨랐다. 다 성실했다. 콜 시간이 되면 텐션이 좋았다. 세트 촬영은 거의 저녁전에 끝났다. 워라벨, 웃는 낯으로 일하고. 최선을 다하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굿파트너'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차은경이 후배 한유리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변, 정답은 없어. 결혼, 비혼, 이혼 그거 다 선택이야. 우리가 잘해야 하는 거는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야. 그리고 그 노력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돼. 선택과 책임이 반복되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이게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감정과 닿아있다. 고정관념도 있었는데, 이런 대사를 보고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됐다고 느끼는 순간, 새로운 걸 하는 용기도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남지현을 화나게 하려고 했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식으로?

▶차은경이 차가운 변호사 느낌이 강하다. 리딩에서 한변과 같이 읽다보니 톤이 부딪히는 경우가 있었다. 둘의 극명한 차이가 필요할 것 같아, 톤을 다르게 해야했다. 남지현의 약을 올리려면 어미를 살짝 들면 된다. 그러면 더욱더 킹받는다. 특정인을 흉내냈다기 보다는 먼지처럼 팔랑팔랑 약올리는데, 잡을 수 없는 톤을 구사하려고 했다. 실제 차은경 캐릭터가 유치한 면도 있었다.

-이혼쇼를 하겠다고 해서 시원한 전개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고구마를 안겨드렸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자녀가 없다면 차은경은 사이다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재희라는 딸이 중요했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싸우고 끝나는 것보다 깨닫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드라마였다.

그 사람(김지상-극중 차은경 남편)은 어쨌든 딸 재희(유나)를 있게 해줬잖아. 몸쓸 상황을 겪게 만들기는 했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 아빠로만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재희라고 생각한다고 차은경이 말한다. 아마 누가 차은경이라도 사이다 선택을 못했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없어 잘 모르기는 하지만.

-딸 재희(유나)에게는 '다정한 아빠 VS 경제적 서포트 완벽한 엄마' 중 누굴 선택하는 게 좋을까

▶내가 재희라면 둘 다 좋을 것 같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좋은 밸런스다. 남편인 김지상이 나쁜 짓을 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평상시라면 이런 밸런스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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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에피소드 하나만 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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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에피소드. 위자료 20억을 받으면 양육권을 넘긴다는 대사다. 20억을 받으면서 아이를 포기해? 이런 생각을 했지만 댓가로 받는 돈이 아니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때 어떤 게 이상적이냐를 생각하면 굉장히 신박하다. 작가가 이성과 감성을 겸비했다. 작가 본인이 이혼변호사여서, 새로운 삶을 제시하고 싶은 게 인상적이었다.

-장나라의 작품은 왜 잘되는가?

▶말아먹은 것도 있고,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로 인해 어찌, 저찌 됐다고 생각 안한다. 쟤는 뭘해도 열심히는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주면 저는 영광이다.

-그래도 주인공으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잘 안될 때 죄송하다. 죄책감. 큰 돈을 써주신 분과 믿고봐 주신 분에게도 죄송하다. 하지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어서, 저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저는 열심히는 한다.

-4년전부터 자신이 모자란다고 느낀다고 했다

▶연기적 갈증이 해소되는 날이 안올듯 했다. 유별나게 더 신경이 쓰일 때였다. 다행히 좋게 봐줘 감사하다. 이번에는 괜찮게 넘어주셔서 다행이다. 김지상에게 소장을 보내고 분노하면서 전화했을 때, 지상이 '이거 뭐야. 사무실에 시시티비 달았어'라는 대사를 하는 걸 들으면서 정말 비참했다. 20년 동안 날 어떻게 봤으면 이럴 수 있을까? 대사지만 비참했다. 김지상(지승현)이 엄청난 불륜을 벌여, 끝까지 용서 못하고 끝났다. 사극에서는 위대한 양규 장군이었는데, 스스로 다 내려놓더라. 지승현 씨 불륜 연기 덕분에 드라마가 한층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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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씨는 정우진과 러브라인이 없는 게 좋았나? 또 혹시 불륜녀 연기 해보고 싶은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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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륜녀 역을 하려면 작가가 모험을 해야 한다. 피지컬이 좋은 편은 아니고, 안 그럴 것 같은 애가 그래야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정우진(김준한)과의 러브라인은 없는 게 훨씬 낫다. 과거 회상신으로 봐도 서로 너무 좋은 관계라 이성적으로 보지 않았다. 헤어지는 관계여도 좋았다. 차은경에게는 재희와의 회복이 첫번째니까. 마지막에 차은경이 정우진에게 "내가 친구해줄께"라고 던지는 게 차은경에게는 마음이 열린 것이다.

-차은경과 한유리에 대해 더 하고싶은 말은

▶차은경은 까다롭고 무섭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다. 일 할 때는 갑옷 입은 것처럼, 딴딴해보일 수 있는데 진정성이 보인다. 승소를 위해 싸우다 보니 딱딱해졌을 뿐, 은근히 마음 약한 캐릭터다.

한유리를 연기한 남지현은 후배라고 하기 어렵다. 연기 생활이 오래 됐다. 그녀가 있어 내가 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녀 존재가 중요하고, 자랑할만한 배우다.

-'굿파트너'의 결말에 대해서는

▶중요한 게 승패일까? 차은경이 '다시 봄' 로펌을 만들고 마무리되는 게 작가가 이혼변호사로서 하고픈 이야기일 것이다. 원고가 되어 억울한 걸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이 빠르게 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작가의 소신 같은 것이다.

-차은경과 장나라의 닮은 점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점. 저는 보여주는 직업이다. 더 잘하고 싶다. 하지만 뜻대로 안되고 이전과 다를 게 없는, 즉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괴롭다. 그 외에는 차은경과 닮은 점은 없다. 나는 정우진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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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등 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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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성숙된 외모라면 가능했을텐데. 나는 장르물을 좋아하지만, 비주얼이 그런 것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 지금은 조금 나이도 들고 다양한 작품을 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연기 욕심은?

▶잘 하고 싶지만 욕심은 멀리 보내놨다. 연기 호평 받아 다음에 다른 걸 시도해봤으면 하는 게 욕심이다. 나는 생활과 분리되어야 연기가 잘된다. 생활 고민이 없어야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내 생활에 갈등이 있으면 연기가 잘안된다. 그래서 최대한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 평화적 밸런스를 유지하고.

-남편은 어떻게 해주는가

▶남편은 촬영하는 사람이다. 평상시에는 편한데 영상을 보면 깐깐하다. 제 연기를 보고 “이렇게 하면 어때”라며 단정적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말을 던진다. 간혹 나의 동영상을 보내주면 "이쁘다"는 말한마디 답정너를 기대했는데 한 페이지의 카톡 글을 보내온다. 신랑은 마냥 감성적으로 보지 않는다. 둘 다 TV 보기를 즐긴다. 나는 연기를 보고, 남편은 촬영이나 미장센을 본다. 둘이 다른 얘기를 한다.

-굿파트너 시즌2 얘기는 없나?

▶작가님을 마지막 회에 만났는데, 너무 말랐다. 작가님이 살 좀 붙이고 시즌2를 구상했으면 좋겠다.

-43세다. 아직 동안인데? 또, 차기작은?

▶40대가 되니 체력이나, 피부를 실감한다. 나이에 맞게 늙어가고 노화도 이뤄지겠지만, 가꾸려고 노력한다. 30대중반처럼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늙을 것인가? 체력은 무리 없이 비축하기 위해, 액션 연기를 잘하기 위해 필라테스나 복싱 등의 운동을 한다. 차기작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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