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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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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 파이터' 스티븐 톰슨이 생각하는 UFC와 전통무술[이석무의 파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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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에서 활약 중인 가라데 파이터 스티븐 톰슨(오른쪽). 사진=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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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킥 공격이 일품인 UFC 파이터 스티븐 톰슨(오른쪽). 사진=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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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UFC 웰터급 랭킹 9위 스티븐 톰슨(41·미국)은 2012년부터 UFC에서 활약 중인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했던 전성기에 비해 위력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두 번씩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톰슨은 현재 UFC에 남은 몇 안되는 전통 무술가다. 가라데가 그의 주특기다. 과거에는 료토 마치다(브라질) 등 가라데를 주무기로 한 UFC 파이터가 제법 있었다. 종합격투기가 하나의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오늘날은 전통 무술 스타일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톰슨은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레슬링과 주짓수 훈련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타격가다. 마치 올림픽 태권도 경기처럼 가드를 내린 자세에서 현란한 스텝과 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게 톰슨이 싸우는 방식이다.

톰슨은 최근 이데일리와 온라인 화상인터뷰에서 UFC와 가라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는 사람들이 가라테는 실전에서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제대로 된 훈련보다 상업성에 치중한 도장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준 높은 수련자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수련자들에게 호신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념을 심어줬다.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실제로 먹히는 전통 가라테 유파에 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유파를 창시했지만 많은 부분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우리 아버지(철신류 겐포 가라테)와 료토 마치다 가족(쇼토칸 가라테)은 달랐다. 그들은 훌륭한 수련자를 배출해냈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마치다는 톰슨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전통 무술가다. 역시 가라데를 바탕으로 한 마치다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에도 강력한 타격으로 2009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마치다는 가라데 수련자인 내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 마치다처럼 되는 게 목표였다. 마치다는 가라테 수련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나독 그러고 싶었기 때문에 마치다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마치다 이전에는 레슬러나 웰라운드 타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조르쥬 생피에르(GSP)가 있었다. 그는 쇼토칸 가라테 파이터였다. 지금은 포인트 가라테 출신 마이클 ‘베놈’ 페이지(MVP)도 있다. 페이지는 풀컨택트 가라테도 했고 복싱도 했지만 그 역시 전통 무술 스타일의 파이터다“

톰슨은 전통 무술은 승리와 효율성만 강조하는 오늘날 종합격투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만간 전통 무술이 다시 UFC에서도 다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태권도, 가라테를 비롯한 전통 무술가들은 진정한 무도가다. 전통 무술가들은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훈련한다. 그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겸손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예의를 지킨다. 다만 전통 무술가들은 작은 디테일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해야 한다. 거리 조절 능력을 길러 상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오늘날 전통 무술가들은 격투기의 작은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곧 많은 전통 무술가들이 더 멀리 올라가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톰슨은 한국시간으로 6일 열리는 UFC 307 대회에서 와킨 버클리(30·미국)와 대결한다. 상대인 버클리는 고등학교 때 레슬링을 익힌 뒤 성인이 돼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톰슨과 달리 출발부터 종합격투기 선수인 셈이다.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랭킹 8위인 톰슨 입장에선 아직 랭킹에 오르지 못한 버클리와 싸우는 것이 당연히 손해다. 이겨도 본전, 지면 큰 손해다. 하지만 톰슨은 경기 제의를 받고 기꺼이 수락했다.

“요즘에는 많은 선수들이 자기 랭킹을 지키기만 한다. 조니 헨드릭스, 로리 맥도날드 같은 선수들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와킨 버클리, 케빈 홀랜드, 비센테 루케, 제프 닐 등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보다 뛰어나다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난 신인 선수들에게 스스로를 시험해 볼 기회를 기꺼이 주고 싶다”

그렇다고 그냥 자신의 자리를 순순히 넘겨줄 생각은 없다. 40대를 너긴 나이지만 톰슨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더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친 톰슨도 승리가 고프다.

“최우선 목표는 물론 이기는 거다. 특별히 KO를 노리진 않는다. 기회가 되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3라운드 동안 격렬한 경기를 치르려고 준비한다. 난 버클리에게 수준 차이란 게 있단 걸 가르쳐주고 싶다. 그 역시 랭킹을 높이기 위해서, 특히 랭킹 9위인 나 같이 터프한 상대를 넘으려면 수준을 높여야 한다. 버클리는 상대를 끝내려고 달려드는 선수다. 좋은 상대가 있으면 흥미진진한 경기가 나온다. 난 UFC와 팬들에게 이런 짜릿한 경기를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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