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업체 비야디(BYD)의 전기차들이 2023년 9월11일 중국 타이캉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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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부인 유럽위원회(EC)는 4일(현지시각)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기존 관세 10%에 추가 관세를 최고 35.3%포인트 더하는 관세안을 확정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등 10개 나라가 찬성했고, 독일, 헝가리 등 5개 나라가 반대했다. 나머지 12개 나라는 기권했다. 확정관세안이 부결되려면 27개 회원국 투표에서 유럽연합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의 회원국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이날 결정으로 유럽연합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는 이달 31일부터 5년 동안 17.8~45.3%의 관세가 매겨진다. 같은 중국산이더라도 테슬라 전기차는 17.8%, 유럽연합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상하이자동차 등의 전기차에는 최고 45.3%가 부과된다. 유럽연합 집행부는 이번 결정으로 “관세 부과에 필요한 회원국의 지지를 얻었다”며 “그럼에도 관세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계관세 결정은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유럽연합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이런 조사 내용을 부인하며, 유럽산 유제품과 술, 돼지고기, 자동차 부품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중국은 유럽의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보호무역주의 방식과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반보조금 관세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유럽연합의 보호주의 관행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정상적인 국제 무역질서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 6월 말부터 유럽연합과 협의를 성실히 해왔다”며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럽연합의 정치적 의지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의 자동차 업계도 불만을 나타냈다. 베엠베(BMW)의 최고경영자 올리버 칩세는 이번 표결이 “유럽 자동차 업계에 치명적인 신호”라며 유럽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풀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도 이번 관세부과 결정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판매 점유율은 3년 사이에 3%에서 20%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조처가 중국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경우 유럽시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이날 관세안 확정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양쪽은 현재 상계관세 대신 차량 가격 통제나 수출 물량 조절 등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제 이날 확정된 관세가 적용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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