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등장으로 달라진 관람 패턴에 영화계 위기
감독들, 변화한 환경 속에서도 중요한 건 '이야기' 강조
투자 배급사는 국내 넘어 해외로의 확장 통해 위기 돌파 계획
감독들, 변화한 환경 속에서도 중요한 건 '이야기' 강조
투자 배급사는 국내 넘어 해외로의 확장 통해 위기 돌파 계획
4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CJ 무비 포럼 '글로벌 토크-할리우드를 사로잡은 K-스토리텔링의 힘' 세션에 참석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 한준희 감독, 전고운 감독, 유재선 감독.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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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시장 특징은 흥행 양극화가 심화되고, 관객 100만 명을 넘기는 것조차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특정 콘텐츠 흥행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른바 '시즌성'조차 약화됐다. 이렇게 어려워진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결국 영화의 근본, 즉 '이야기'라는 게 감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CJ 무비 포럼 '글로벌 토크-할리우드를 사로잡은 K-스토리텔링의 힘' 세션에 참석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 한준희 감독, 전고운 감독, 유재선 감독은 한국 영화계 현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이날 '글로벌 토크-할리우드를 사로잡은 K-스토리텔링의 힘' 세션에 앞서 진행된 '인사이드 토크-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의 비밀'에서 발표자로 나선 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최근 달라진 영화 소비 트렌드로 '시성비'와 '서브컬처의 진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익숙해진 콘텐츠의 효율적인 소비 방식으로 '시성비'가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애니메이션이 한국 영화 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성장하는가 하면 중소형 예술 영화에 대한 고객의 니즈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컬처가 진화했음을 설명했다.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고객의 취향은 세분되고 선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장르, 다양한 소재의 영화는 시장 활성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작자들인 감독들은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 '소공녀', 티빙 'LTNS' 등을 연출한 전고운 감독은 "산업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야기를 만들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라며 "재밌는 이야기, 필요로 하는 이야기,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찾는 것만으로도 바쁘다"라고 말했다.
데뷔작 '잠'으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봉준호 키드' 유재선 감독은 전고운 감독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산업이 외부적으로 변화한다 한들 작품 내적으로는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려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영화 소비 방식에 변화가 생긴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유 감독은 "어떻게 하면 작품적으로 더 몰입을 강화하고 주의력을 잃지 않을지, 지루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는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산업의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풀어가려고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 감독은 "앞 세대 감독님들의 영화는 문화와 관객을 리드하고, 감독의 아우라가 컸던 느낌"이라며 "그런데 요즘 세대 감독님은 아무래도 기세가 약할 수밖에 없는 게 눈치 봐야 할 게 많아진 거 같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공식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많고 관객분들도 너무 살벌해져서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눈치 봐야 할 게 너무 많으니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하기엔 기세가 꺾여서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준희 감독은 "지금은 시장 환경 자체가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고, 동시에 전적으로 연출자가 결정하며 가긴 어려운 환경이 됐다"라며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나 투자배급사도 서로 기획을 잘 만들기 위해 논의한다면 조금 더 젊고 유니크한 작품이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CJ ENM에서 미국 리메이크 제작에 나선 '지구를 지켜라!'와 A24와 협업한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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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변화 속 창작자들의 고민만 깊어진 것은 아니다. 제작자들은 창작자들의 고민이 담긴 영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작하고,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할지가 가장 큰 과제다.
OTT, SNS 등 전통적인 미디어 외에 경쟁 상대가 다양해졌고, 갈수록 높아지는 제작비에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만큼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우선 미디어 환경 변화가 발생하면서 영화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근본적으로 돌아보면서 영화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면에서 소재나 장르 등의 재구성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전과 달리 이젠 소수의 작품에 정보가 집중되고, 나머지 영화는 개봉 여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소재와 여러 요소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를 기획 단계부터 고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영화의 성숙 단계를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는 창작자의 성숙도에 비해 시장이 작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해외 시장으로 어떻게 확대해 나가고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CJ ENM은 '기생충'처럼 한국 작품을 해외 시장에 알리거나 보유한 기획 내지 기존 작품의 해외 리메이크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나 '지구를 지켜라!'의 해외 리메이크나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한 '패스트 라이브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 영화사업부장은 "여러 방식으로 확산해서 최대한 잠재력이 헛되이 사장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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