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바비칸 첫 무대…"낯설지 않아", "시야 넓혀주는 무대" 호평
국립창극단 창극 '리어' 런던 공연 리허설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시설 바비칸 센터 극장에서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 고개를 깊이 숙이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국립창극단 창극 '리어'의 영국 첫 공연이 펼쳐진 3일(현지시간) 밤, 3시간여에 걸친 열정적 무대에 런던이 보낸 뜨거운 화답이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창극으로 각색한 '리어'는 원작의 인물과 이야기 흐름을 따르면서도 장면 장면을 새롭게 창작해 냈다.
리어의 광란부터 궁중 사람들의 욕망과 질투, 광대의 익살까지 셰익스피어식 희로애락이 우리 소리와 몸짓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노자의 철학이 대사와 무대 전반에 스며들었고, 극은 고요히 침잠했다가 이내 벼락같이 쏟아지며 다양한 변주를 거듭한다. 인물들의 이름 외엔 어느 시대인지, 동양인지 서양인지 배경은 무대에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본고장 영국의 관객들도 먼 이국땅에서 탈바꿈해 돌아온 극을 숨죽이고 지켜보며 울고 웃었다.
자막이 사용돼 관람이 쉽지 않았을 법한데도 중간 휴식시간에 자리를 나서면서 "딕션(발음·어휘 선택)이 훌륭하다", "의상이 아주 멋지다" 등 감상을 나누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국립창극단 창극 '리어' 런던 공연 리허설 |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포스터와 안내 책자를 살펴보며 극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아이오나 씨는 소감을 묻자 "무대 연출이 놀랍고 배우들 연기가 출중했다"고 말했다.
재해석된 극이 낯설지 않았는지 질문엔 "아니다. 극본이 훌륭했다"며 "셰익스피어를 고어 그대로가 아니라 좀 더 현대적인 언어로 활용한 건 옳은 선택이고 한국의 설화도 들어간 듯했다. 유머도 있었다. 언제나 유머는 필요하다"고 진지하게 평했다.
마이크 씨도 "사람은 섬처럼 따로따로 떨어져 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누군가가 찾아와 시야를 넓혀주는 건 좋은 일"이라며 새로운 해석을 환영했다.
그는 "오늘 무대에서의 소리는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태어난 동유럽에도 표현력이 강한 음악이 있고, 어떤 장면에선 바로크 음악처럼 느껴지는 스타일도 있었다"며 "이렇게 지평선을 넓히고 공통점을 찾으면서 정서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어'는 주영한국문화원이 여는 'K-뮤직 페스티벌'의 개막작이다. 이날도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 상당수였다.
한국 기자라고 말을 붙이자 포스터에 쓰인 영문 'Changgeuk'을 가리키며 어떻게 발음하는지 먼저 묻기도 했고, 최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이날 무대에서 쓰인 한국어 화법이 옛날식인지 현대적인지 묻는 관객도 있었다.
옆자리 중년 남성 관객은 "오늘 공연이 너무 즐거웠다"며 "이번 페스티벌에서 하는 다른 한국 음악가들 공연도 보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어'는 바비칸센터에서 오는 6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국악부터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한 한국 음악인을 소개하는 K-뮤직 페스티벌은 다음 달 23일까지 이어진다.
국립창극단 창극 '리어' 런던 공연 리허설 |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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