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강제금지법 세계 첫 도입
과징금 부과 1년 넘게 지지부진
끼워팔기-불공정 환불정책 여전
법인세 축소납부 의혹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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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애플의 한국 지사 고위 관계자들이 5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 있지만 ‘수수료 갑질’ 등 주요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열릴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방통위 국감에서도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문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앱결제는 앱 이용자들이 게임 아이템 등 유료 결제를 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구글·애플은 수수료로 30%를 챙겨간다. 구글·애플은 2020년부터 자신들의 앱 장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반드시 인앱결제를 하도록 강제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규제 당국은 세계 최초로 2021년 9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했다. 법이 제정되자 구글·애플은 다른 결제 시스템(제3자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경우 개인 정보 보호 등을 명목으로 최대 26%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여전히 높은 수수료율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애플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각각 475억 원과 205억 원 등 총 6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반발하면서 1년 넘게 과징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선 독점력을 앞세워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구글·애플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구글·애플은 유럽에선 수수료율을 17% 수준으로 낮췄고 미국에선 앱 개발사들과 소비자에게 약 1조1000억 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ICT 업계 관계자는 “구글·애플에 대한 규제가 지지부진한 사이 국내 생태계는 재투자 여력이 고갈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갈수록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구글·애플이 한국에서 법인세를 축소 납부하고 있다는 의혹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글코리아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3652억 원과 영업이익 233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앱 마켓과 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비교할 때 매출은 4%, 영업이익은 1.6%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납부한 법인세도 155억 원에 불과했다. 광고, 유튜브 구독 서비스, 인앱결제 수수료 등 실제 매출 추정치를 감안하면 6000억 원가량을 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끼워팔기 논란, 불공정 환불 정책도 지적되고 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구글은 한국에서만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 결합 상품을 1만4900원 단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구글 환불 정책의 경우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구매 후 7일 이내에 구매 취소를 할 수 있다. 반면 구글은 인앱결제 48시간 이후에는 개발자에게 직접 환불을 문의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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