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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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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훼손된 전화박스' 세계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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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어반아트 작가 뱅크시의 작품 '훼손된 전화박스'(왼쪽)와 '에리얼'. 충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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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미술관들의 전시 요청도 기쁘지만 저는 도시 한복판에서 어반아트를 전시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를 문화 허브로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의 열정이 이번 전시에 녹아들 것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어반아트 미술관인 MUCA(Museum of Urban and Contemporary Art)의 설립자 크리스티안 우츠(55)가 서울에서 MUCA 소장품의 첫 전시를 여는 소감을 밝혔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MUCA는 중구문화재단(사장 조세현)과 함께 뱅크시, 카우스, 제이알 등 어반아트 거장 10명의 대표작 72점을 선보이는 전시 'ICONS OF URBAN ART-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를 지난 2일부터 내년 2월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에서 개최한다.

우츠는 거리에서 예술 활동을 하던 어반아트 작가들을 예술계의 담론으로 진입시킨 컬렉터다. 16세에 앤디 워홀의 스크린 판화를 사며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그는 경영 컨설턴트와 국제적 행사 기획자로 일하며 뉴욕, 런던 등 역동적 도시에서 활동하는 어반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했고, 2016년 MUCA를 세워 유럽 최고 반열의 어반·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으로 키웠다.

뱅크시를 비롯해 카우스, 제이알, 인베이더, 리처드 햄블턴 등 우츠가 작품을 구입하고 후원했던 작가의 다수는 거리와 스튜디오를 넘나들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우츠는 뛰어난 작품을 수집하고 MUCA를 세계적 미술관으로 키워낸 비결에 대해 "내 안에 들어와 감동을 준 작품만 선택하고, 유명 작가의 작품이어도 느껴지는 것이 없으면 수집하지 않는다. 철저히 감(gut feeling)에 따라 수집하고 작품의 가치가 미래에 커질 것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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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츠가 어반아트에 열정을 갖게 된 건 어반아트가 미래의 지배적 예술 현상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팝아트를 이어 어반아트가 예술계의 주요한 흐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어반아트가 예술계 담론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금은 MUCA가 어반아트의 역사를 보존하는 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MUCA가 소장한 뱅크시 작품 일부가 최초로 공개된다.

곡괭이에 찍혀 피를 흘리는 공중전화 박스의 모습으로 화제를 낳았던 작품 '훼손된 전화박스(Vandalised Phone Box)'가 최초로 전시된다.

디즈멀랜드(dismal land)의 상징이 됐던 '에리얼(Ariel)'은 국내 최초로 관객을 맞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의 모습을 변형한 '에리얼'은 뱅크시가 2015년 아티스트 58명과 함께 디즈니랜드를 왜곡해 만든 테마파크 디즈멀랜드에 설치해 상징이 됐던 작품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명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패러디한 뱅크시의 유화 '그 의자 쓰는 거예요?(Are You Using That Chair?)', 인베이더의 대형 LED 작품 '달(Moon)', 카우스의 대표 캐릭터 '4피트 컴패니언(4FT COMPANION)' 등도 전시된다.

우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아트,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 현상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아트가 이제는 주류 예술이 된 어반아트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처럼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사회를 보면 요즘에는 휴대폰이 거리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길거리 예술이 스마트폰에 맞는 NFT와 같은 형태의 디지털 아트로 발전하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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