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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검찰·법원 vs 김건희 여사, 통정매매 누구 말이 맞을까?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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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도둑이 들었다. CCTV 카메라에 도둑 얼굴이 찍혔다. 도둑은 혼자가 아니었다. 도둑이 담을 넘을 때 사다리를 이용했는데 사다리를 받쳐 준 사람이 있었다. 사다리를 받친 사람 얼굴은 CCTV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팔만 찍혔다. 도둑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사다리를 받쳐 준 것도 절도 행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팔만 나온 사람이 문제였다. 용의자는 있었지만 확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심 받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영상에 나온 팔은 자기 팔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도 혐의는 부인했다. 담벼락에 사다리를 받친 것은 사과를 따기 위한 것이었을 뿐 도둑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 주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CCTV, '선수들의 문자 메시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도 CCTV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증거가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선수'(주가조작 실행자)들끼리 주고 받았던 문자 메시지다.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피고인들 의도가 메시지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문자 메시지를 주된 근거로 삼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주가조작 선수 김 모 씨, 이 모 씨 등에게 시세조종(주가조작) 혐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 가운데 이른바 '7초 후 매도 주문' 메시지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특별한 주목을 받아왔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1심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메시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선수'로 투입된 김 모 씨라는 인물과 민 모 씨라는 인물이 주고 받은 메시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메시지를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가 통정매매에 동원된 증거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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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2010년 11월 1일 오전 11시 22분 25초에 김 모 씨는 민 모 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분 24초 후인 11시 23분 49초에 민 씨는 김 씨에게 "준비 시킬게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로부터 20분 43초 뒤인 오전 11시 44분 32초에 김 씨는 민 씨에게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까지는 주가조작을 위해 선수들이 주고받은 여러 문자 메시지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문제는 김 씨가 민 씨에게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지 7초 만에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매도 물량은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하던 다른 계좌에서 곧바로 매수해갔다.

검찰·1심·2심의 일치된 판단, "통정매매"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과 김 씨 등을 기소하면서 이 거래, 즉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8만 주를 매도하고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하던 다른 계좌에서 해당 물량을 매수한 매매 거래를 "통정매매"라고 규정했다. 선수들 사이 문자 메시지가 오간 직후(7초 후)에 문자 메시지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물량과 가격에 매도 주문이 나온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매매 물량·가격·시각을 사전에 짜고 진행하는 거래, 즉 통정매매로 볼 수밖에 없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권오수 전 회장과 김 씨 등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부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이 거래를 통정매매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통정매매를 실행한 당사자들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전에 짜고 진행하는 거래, 즉 통정매매를 위해서는 사전에 서로 공모한 매수자와 매도자가 있어야 한다. 매수자 측이 이미 기소된 주가조작 세력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이들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건은 매도자, 즉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를 운용해 2010년 11월 1일 오전 11시 44분 39초에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을 넣은 사람의 정체였다.

매도 주문의 실행자가 김건희 여사라는 의심은 애초부터 있었다.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 주문은 누군가가 전화로 증권회사 직원에게 매도해달라고 요청해서 증권사 직원이 요청받은 대로 실행한 주문이기 때문이다. ('전화 주문' 또는 '창구 거래'라고도 부른다.) 이와 관련해 주가조작 선수인 민 모 씨에 대한 1심 공판 때 공판 검사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때 당시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 씨가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낸 주문이에요."라고 언급한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공판 검사는 김건희 여사가 해당 주문을 직접 냈다는 확증을 가지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담당하는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주문한 것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통정매매(의 일부)로 검찰과 재판부가 규정한 2010년 11월 1일자 대신증권 계좌 매도 주문을 낸 사람이 김건희 여사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증이 없었다.

이때까지는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사실상 다른 사람이 매도 주문을 넣었을 가능성도 남아있었다. 김건희 여사가 자기 대신 거래를 담당할 누군가를 지정한 후 이 사실을 대신증권 직원에게 사전에 알려둔 상태였다면,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실제로는 다른 인물이 문제의 매도 주문을 낸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화해서 주문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주가조작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김 여사가 인식하지 못한 채 권오수 전 회장 등의 권유로 그 시점에 해당 매도 주문을 냈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김건희 여사가 통정매매에서 매도자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자신이 낸 주문이 통정매매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실행한 셈이 되니 공모 혐의를 벗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 주장 '내가 했다. 하지만 통정매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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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기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2010년 11월 1일 오전 11시 44분 39초에 나온 8만 주 매도 주문은 '권오수 전 회장 등의 권유 없이 독자적 판단으로' '자신이 직접 전화로 실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이로써 문제가 되는 매도 주문 실행자가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다른 인물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해당 거래는 독자적 판단으로 자신이 직접 실행한 것이라는 김건희 여사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과 1심·2심 재판부가 모두 "통정매매(의 일부)"라고 판단한 대신증권 계좌 8만 주 매도 주문 실행자는 김건희 여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는 통정매매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김건희 여사 진술 취지는 문제의 8만 주 매매 거래 자체가 통정매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가조작 선수 김 씨와 민 씨가 왜 자기가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을 7초 전에 하기 전에 3,300원에 8만 주 매도를 하도록 '누군가에게' 요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선수' 김 씨나 민 씨는 물론 권오수 전 회장을 포함한 어느 누구의 권유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자기 계좌를 이용해 매도 주문을 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누구와도 사전에 통정(=서로 마음을 주고 받음)한 적이 없으니 해당 매매는 통정매매가 아니라는 것이 김건희 여사 주장의 핵심이다.

김건희 여사 측은 부연 설명도 하고 있다. 주가조작 선수들끼리 '누군가에게' 매도 주문을 내게 하라고 논의한 지 7초 만에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온 것이 검찰과 재판부가 이 주문을 통정매매를 주문으로 보는 핵심 근거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측은 오히려 "7초"라는 점이 통정매매가 아니라는 핵심 근거라고 주장한다. 김건희 여사는 컴퓨터 HTS (Home Trading System, 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서 증권사 직원에게 매도 주문을 내라고 요청했는데, 주가 조작 선수들이 매도 주문을 넣으라고 지시한 지 7초 만에 전화로 해당 주문을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7초 후 전화 주문 불가능설'에 대한 재판부 판단




그런데 도치이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미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7초 후 매도 불가능설'에 대해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김 씨가 민 씨에게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지 7초 만에 대신증권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 세력에 협력하고 있던 인물이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는 대신증권 계좌가 김건희 여사의 독자적 판단으로 운용된 것이 아니라, 김 씨나 민 씨가 권오수 전 회장에게 연락한 후 권 전 회장이 김건희 여사 측에 연락해 거래를 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운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가 민 씨에게 도착한 지 7초 만에 권 전 회장 등이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다고 판결문에 밝혔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권오수는, 피고인 김 모 씨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7초 안에 민 모 씨가 대신증권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주문이 제출되도록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나, 민 모 씨의 위 "준비 시킬게요"라는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매도주문을 즉시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김 모 씨가 위 "준비 시킬께요"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약 21분 후에 매도 요청을 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 바, 그 사이에 민 모 씨가 주문을 준비시킬 시간도 충분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권오수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판결문에 첨부된 위 문장에 대한 주석] 피고인 권오수의 위 주장은 이 사건 시세조종 행위의 의사연락체계가 '피고인 김 모 씨 → 민 모 씨 → 피고인 이 모 씨 → 피고인 권오수'였음을 들어 위 연락체계를 거치고 다시 피고인 권오수가 김건희에게 연락하여 김건희가 대신증권 담당자에게 연락하는 순으로 진행될 경우 7초 내에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도 보이나, 그와 같은 의사연락 체계는 시세조종 과정에서 위 피고인들 및 관련자 사이의 기본적 협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매번 구체적인 주문 제출 시마다 위와 같은 연락체계를 거쳐 주문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며, 사전에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협의 후 구체적 주문은 실행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후 그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로도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고, 또한 녹취록 내용에 의하면 실제로도 김건희는 2010. 10. 28. 피고인 김 모 씨와 민 모 씨 등에 의해 통정매매가 진행된 후 대신증권 담당자에게 매매계약 체결 여부와 매매금액을 확인하였고, 2010. 11. 1.에는 통정매매가 진행된 후 대신증권 담당자가 그 결과를 김건희에게 통지한 사실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약 21분 정도의 시간이라면 유선으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므로, 피고인 권오수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2심 판결문 중 -




김건희 여사와 검찰·1심·2심 판단이 배치되는 또 다른 거래




또한 대신증권 계좌를 독자적으로 직접 운용한 것이라는 김건희 여사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신증권 계좌를 이용한 다른 거래 역시 모두 통정거래가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1심, 2심 재판부는 7초 문자 메시지와 관련된 2011년 11월 1일 거래 말고도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을 위한 통정매매가 이뤄진 사례가 또 있다고 판단했다. 2010년 10월 28일에 같은 계좌에서 나온 3,100원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10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 역시 "통정매매"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 설명은 이렇다.
"매매와 관련하여 민 모 씨가 2010. 10. 28. 13:02:07경 피고인 김 모 씨에게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약 3분 뒤인 13:05:40부터 해당 계좌에서 주당 3,100원에 100,000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되었으며, 곧바로 피고인 A와 민 모 씨의 각 계좌에서 주당 3,100원의 매수주문이 제출되어 매매가 체결된 점 (중략) 등을 종합해보면, 위 주문들은 통정매매로 인정되고…(중략)

[해당 문자메시지]
@ 시각: 2010년 10월 28일 13시 02분 07초
@ 발신자: 민 모 씨
@ 수신자: 김 모 씨
@ 메시지 내용: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 하시고 전화 주실듯"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2심 판결문 중 -





결국, 대신증권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들은 모두 통정매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는 최소한 2건에 대해 검찰과 1심·2심 재판부 판단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 사이 7초 전 문자 메시지와 관련된 2010년 11월 1일자 8만 주 매도 주문, 그리고 2010년 10월 28일 자 10만 주 매도 주문, 모두 2건에 대해 검찰, 1심 재판부, 2심 재판부는 모두 "통정매매"라고 판단했지만, 김건희 여사는 통정매매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 이 거래 2건에 대해서는 검찰, 1심 재판부, 2심 재판부 판단과 김건희 여사 주장이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말지는 이 거래들에 대한 검찰-1심 재판부-2심 재판부의 일치된 판단과 김건희 여사 주장 중 어느 쪽이 맞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셈이다.

검찰·1심·2심 vs 김건희 여사, 누구 말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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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을 앞두고 있는 검찰 역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통정매매 당사자가 아니고 따라서 주가조작 공범이 아니라는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검찰에게 논리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거래들이 통정매매라는 기존 검찰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 주장은 1심과 2심 재판부가 인정해 유죄의 토대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이런 논리를 밀고 나갈 경우 검찰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1심과 2심 판단까지 부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둘째는 대신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문제의 거래 2건은 통정매매가 맞다는 주장을 밀고 나가면서 해당 주문은 자신이 독자적으로 실행한 것이라는 김건희 여사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검찰 기존 주장을 바꾸거나 1심, 2심 재판부 판단을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거래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있겠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오랫동안 김건희 여사 처분을 미뤄온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윤석열 정부에 앞서 사건을 맡았던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수사팀조차 지난 대선을 전후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지만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선수들이 직접 의사 연락을 주고 받은 물증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형사법 근본 원칙과 맞닿아 있는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공범이라는 설명 이외의 다른 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에 직접 증거 없이도 해당 인물을 공범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대로 확실한 공모 증거 없이는 해당 인물을 공범으로 기소할 수 없다고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대한 문제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과연 그동안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해왔는지는 상당히 의문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

통정매매에 대한 김건희 여사 주장이 맞을지 아니면 검찰·1심·2심 판단이 맞을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상식과 이성에 토대를 두고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다. 글 머리에서 언급했던 CCTV 카메라에 팔만 찍힌 사람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자. 영상에 나온 팔은 자신의 팔이 맞지만 사다리를 받친 것은 도둑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김건희 여사 주장도 비슷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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