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가수 장윤정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립싱크 논란에 대해 소속사를 통해 "지난 8월 인천 행사에서 장윤정이 립싱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음원을 틀고 입만 벙끗거리는 립싱크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1일 해명했다. |
하지만 립싱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논란이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라이브 콘서트에서 100% 립싱크를 한다는 건 가수 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당연히 장윤정도 붕어처럼 입만 뻥끗하는 립싱크는 안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뒤의 설명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다수의 가수가 안무 등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무대에서는 상황에 따라 라이브 MR을 사용하는 때도 있습니다. 장윤정 씨 또한 행사 진행 시 춤을 추며 관객들과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큰 볼륨의 도움이 필요해 댄스곡에 한해서 목소리가 반주에 깔린 음원을 틀고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간혹 컨디션이 좋지 못하거나 현장 음향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을 때 도움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음원을 틀고 입만 벙끗거리는 립싱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불편하셨을 분들께 사과의 말씀과 이해를 부탁드리며, 무대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려는 선택이었으니 앞으로도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장윤정은 상황에 따라 라이브 MR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건 라이브 공연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자. 댄스곡에 한해서 목소리가 반주에 깔린 음원을 틀고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댄스곡은 AR로 부른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다. 댄스곡은 AR로 해도 용납이 되는 것처럼 들린다.
콘서트에서 거의 댄스곡만 부르는 댄스가수는 AR을 틀어놓고 춤춰도 된다는 말인가? 이건 댄스가수에 대한 모독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콘서트를 열지 않아야 한다. 78세인 선배 가수 남진은 유독 댄스곡을 많이 불러 힘들지만 지금도 무대에서는 춤추며 라이브를 소화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장윤정은 립싱크를 안했다는 말로 끝낼 게 아니라, 목소리가 반주에 깔린 음원의 볼륨이 실제 불렀던 목소리와 비교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음원 볼륨 크기에 따라 AR 콘서트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있다.
가수가 수많은 콘서트를 소화하다 보면 목소리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성대결절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럴 때 라이브 공연에서는 고음 파트 등에서 코러스에 묻혀가는 가수는 봤지만, AR을 틀어놓고 자신의 실제 목소리를 살짝 입히는 건 '사기'다. 장윤정은 이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장윤정은 하루 행사를 12개까지 뛴 적이 있다고 했다. 트로트 가수들의 행사는 대부분 국민과 지역민의 세금에서 예산이 잡히는 지차체나 공공기관 주최의 이벤트다. 국세나 지방세 등에서 출연료가 나간다는 의미다. '목소리가 반주에 깔린 음원을 틀고'라는 부분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남의 돈을 쉽게 벌어가는 가수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는 문제다.
많은 공연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공연마다 성실하게, 진심을 다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해야 팬들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면 저절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무대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려는 선택이었으니 앞으로도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그렇게 해서 풍성해진 무대를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장윤정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도(正道)를 가르쳐야 할 트로트 멘토가 자신의 무대에서는 '꼼수'를 쓴다면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이 장윤정에게 더욱 중차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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