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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린 이란의 보복? '온건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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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영토에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소탕을 목표로 레바논에 지상군 공격을 실시한 지 24시간여 만이다. 공급을 미군의 도움으로 큰 피해 없이 막아낸 이스라엘은 "(이란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지역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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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상공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에 요격되고 있다. 2024.10.02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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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2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표적으로 삼은 곳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을 사살할 계획을 세운 공군·레이더 기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공군에 피해가 없으며, 공군의 방공 시스템과 항공 관제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인근의 해군 구축함이 출동해 이란 미사일에 대해 약 12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란의 공격은 격파됐고,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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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4.09.23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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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미국·이스라엘 "예상된 보복이지만"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의 이번 '보복 공습'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지만, 방법과 시기는 미국의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일부 미국 고위 관리들은 자신의 외교적 노력으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잘 저지해왔다고 믿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온건파로 불리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월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폭격으로 사망하자, 이란은 당시에도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동전쟁으로 확산 우려 속에 2개월 넘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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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켈론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 상공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요격하고 있다. 2024.10.02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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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신임 이란 대통령인 페제시키안은 자제를 촉구하는 진영 쪽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폭사까지 발생하면서, 이란은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평가했다. 나스랄라는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미·반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면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다. 이란은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던 수장이 암살당한 사실을 확인한 뒤 즉각 보복을 공언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고위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왔다.


'온건파'로 불리던 이란 대통령의 강경대응…"시오니스트 정권의 낡고 썩은 몸에 큰 고통이"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 직후 자신의 SNS에 "(공습은) 이란의 국익과 이란 시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우리 힘의 일부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이란이 호전적이진 않지만 어떠한 위협에도 확고히 맞서는 나라라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며 "이란과의 갈등에 휘말리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타격으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 정부)의 낡고 썩은 몸통에 더 강력한 고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지역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대인 중심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믿는 유대인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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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돈 로이터=뉴스1) 신은빈 기자 = 레바논 시돈에서 사망한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을 5일(현지시간) 이맘 알마흐디 스카우트 대원들이 들고 있다. 2024.08.05.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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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꼽히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7월 서방과 대화를 통해 오랜 제재를 풀고, 경제난도 해결하자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의사 출신인 그는 의대 교수로 지내다 정치권으로 온 뒤에도 보수 강경파를 견제하는 쪽이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문제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페제시키안이지만, 이스라엘과 관계에 대해서만은 민족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란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세력과, 이란 주변국가 내 세력들로 구성된 '저항의 축'을 토대로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것이 이슬람혁명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여기엔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헤즈볼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포함된다.

가자지구 휴전 협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한 불만도 쌓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 입장에선 지난 7월 이스라엘의 하니예 살해에 대한 보복공격을 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휴전안에 서명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중재자를 통해 받았을 것"이라며 "페제시키안은 이 휴전 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불만을 표시해왔다"고 전했다.


"보복하자" 목소리 커진 이란 강경보수파…그리고 최고지도자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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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28일 (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인의 승인장 수여식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29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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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확산 우려를 알면서도 '강공'으로 전환한 데는 이란 내부 정치적 문제도 있다.

NYT에 따르면 이란 내 최고위층은 며칠 간 격렬한 토론을 한 끝에 미사일 공습 결정을 내렸다.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란이 강하게 보이고 싶다면 미사일 공격이 유일한 행동 방침이라고 설득에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또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개혁파 정부의 신중론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는 건 반역에 해당한다"며 "페제시키안이 '저항의 축'을 지지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페제시키안과 개혁파 정부의 기본 입장은 "네타냐후의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미국까지 끌어들이려 한다"며 "이스라엘의 주 목적이 이란을 더 크고 광범위한 갈등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라며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 공격까지 단행하자,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를 포함한 고위급 지도자들도 "이란의 자제력이 약함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전략 수정을 요구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지상군 공격을 언급하며 "(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보복 시계'가 더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응할 추가 공격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혁명 수비대 소속 군인을 인용해 "이란 군대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반격할 경우, 서쪽 국경에서 발사할 수백 개의 미사일을 별도로 준비해놨다"고 보도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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