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서장 금고 3년·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法 "경찰, 핼러윈 대비 소홀…이태원 참사 결과 초래"
"용산구, 밀집한 군중 해산·분산할 권한 없어"
유족 "재판 결과 받아 들일 수 없어…검찰 항소 촉구"
이임재 전 용산서장 “법원 존중, 죄송하고 또 죄송”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금고 3년 형을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단독(부장판사 배성중)은 30일 오후 2시와 3시30분께 각각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와 박 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에 대한 재판을 연달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며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이란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동을 하지 않고 수형자를 교도소에 구금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임재)은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사고를 충분히 예견해야 했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인식 하에 이태원 핼러윈데이 대비에 소홀해 결국 이태원 참사라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해서는 금고 2년 형을, 박인혁 전 112상황팀장에 대해서는 금고 1년 및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받는 정현우(54) 전 여성청소년과장과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경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 전 실장과 박 전 팀장에게 “안일한 인식 하에 이태원 핼러윈 데이 안전 대비 소홀했고 결국 이태원참사라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판결 직후 이 전 서장은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항소 계획은 있는가’란 질문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행정기관 인파 해산 권한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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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용산구청 관계자 등에게는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 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박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유승재 저 용산구 부구청장,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용산구청 관계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 관할 행정기관에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의 직접 원인은 ‘다수 인파의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의 밀집’이므로 사고를 방지·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은 다수 인파가 유입되는 것을 통제·차단해 군집의 밀집을 방지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조치라 할 것”이라면서도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대규모 인파 유입을 통제·차단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수정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재판 후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급하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 “법정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 “재판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검찰 항소 촉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자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이날 1심 선고가 종료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의 재판 결과는 우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책임을 가진 자들이 무책임과 무능을 계속 이야기 해왔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고 이 죄를 밝혀내는 데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아쉬움이 남는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묻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들을 통해 법정에서 묻지 못한 책임까지도 모두 밝혀낼 수 있도록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 측은 “판결문을 분석해서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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