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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올 여름 전기료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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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①]

순천 신대지구 사는 시민 박성희씨

푹푹 찌는 열대야에도 에어컨 사용 줄이고 또 줄여

생태학교 참가 "기후행동 관련 깨달은 점 많아"

"한 사람의 작은 행동, 변화로 이어질거라 믿어"

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올 여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노컷뉴스

박성희씨가 26일 열린 생태학교에 참가해 뻥튀기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다. 박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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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올 여름 전기료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계속)

"이번 폭염에 너무 위태로움을 느꼈어요. 작은 실천부터 하기로 마음먹었죠."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에 사는 박성희(53)씨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에어컨을 멀리했다. 추위보다 더위에 강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기후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 이었다.

가을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에 가정마다 다른 때보다 두 배, 세 배 높은 전기료 고지서가 날아왔을 텐데, 그의 집 전기료는 전 달보다 딱 만 원 늘었다. 더우면 선풍기로 버티고, 열대야가 극심한 밤에만 한 번씩 에어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푹푹 쪘던 지난 7~8월 에어컨을 가동한 횟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이같은 행동은 기후위기 시대를 여실히 나타낸 폭염에 전기제품을 쉴 새 없이 사용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닐 뿐더러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에 '위태로움'을 느꼈다는 그는 "기후위기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며 "더우면 선풍기를 틀고, 추우면 옷을 껴입으며 최대한 냉·난방기 사용을 줄이려 했다"고 전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은 오랫동안 그의 몸에 배어 있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옷 사지 않기', '식재료는 필요할 때만 사기' 등이다. 20년 전부터 중고물품 판매점인 아름다운가게를 이용해 왔고, 새 물건은 10년 이상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생태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구와 기후위기, 생태에 관심이 많아졌고 '의식' 또한 더 확고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순천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는 생태학교에도 참가하고 있다.

순천생태학교는 폭염, 홍수, 생명대멸종이라는 위기를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독교인과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이달 5일부터 4주간 생태영성과 생태목회지 탐방 등 이론과 실천을 포함한 강의들로 진행되고 있다.

박 씨는 "기후위기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일들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 생태학교에 참가하게 됐다"며 "강의를 통해 깨닫게 된 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지금의 기후변화를 다시 '변화'시키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박 씨는 "생각하지 않으면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한 기후를 만났고, 이제는 이 위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한 사람의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지만 분명히 어떤 변화는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며 의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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