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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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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이 과하긴 하네…‘조커: 폴리 아 되’ [쿡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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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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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생방송에서 진행자를 살해해 긴급 체포된 아서 플렉(조커·호아킨 피닉스)은 교도소에서 주는 정신병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메말라 있다. 그는 여러 사람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불린다. 재판을 앞두고 전담 변호사는 그가 정신 분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하지만, 검사는 아서 플렉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일갈한다. 위태롭던 어느 날 아서 플렉은 우연히 정신병원에서 리(레이디 가가)를 마주친다. 그 후 마음속에서 조커의 자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난해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감독 토드 필립스)를 보며 느낀 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서 플렉의 망상 장애를 영화에 가감 없이 담아내서다. 현실과 비슷한 망상으로 시작해 점차 더 심한 망상에 빠지는 그의 정신세계는 역설적이게도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담겼다. 제목처럼 ‘폴리 아 되’(공유 인격성 정신병)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아서 플렉의 혼란한 자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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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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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문을 여는 애니메이션이 해석을 돕는 열쇠다. 피에로 분장을 한 아서 플렉의 그림자에 자아가 깃들고, 어느새 그림자가 인격보다 앞서며 기행을 벌인다. 5년 전 개봉한 전작의 이야기를 함축한 듯하다. 애니메이션과 이야기의 주 배경인 현실 속 수감시설을 슬며시 연결 짓는 데서는 묘한 위화감도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조커’의 세계로 인도한 이 애니메이션은 이후에 이어지는 아서 플렉의 현실·망상 경계를 미리 내다보게 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리는 아서 플렉의 내재한 폭력성과 일탈 욕구를 의도적으로 자극한다. 여전히 의지할 곳 없는 아서 플렉은 리의 공세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동시에 변호사는 아서 플렉의 정신 병력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내세운다. ‘진짜 당신’을 두고 조커를 들이미는 리와 ‘단지 아프고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변호사 사이에서 아서 플렉의 자아는 희미해진다. 누구도 자신의 내면을 봐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는 조커로의 자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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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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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은 온통 조커를 우상화하는 사람들뿐이다. 공권력을 향한 신뢰가 바닥나고 사회 질서가 무너진 세상에서 조커는 하나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들도 일탈을 대변할 대상이 필요할 뿐, 조커와 아서 플렉 모두에게 관심 없긴 마찬가지다. 영화 내내 조커와 아서 플렉을 추앙하는 이들이 나오지만 그 누구도 ‘진짜 그’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모두의 중심에 있으나 철저히 유리된 아서 플렉은 곤궁한 삶 대신 망상의 세계를 택한다. 그의 불안한 정신은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노래와 경쾌하고 어설픈 춤사위를 타고 이리저리 비틀댄다.

전작이 사회에 좋지 않은 쪽으로 반향을 일으킨 만큼 ‘조커: 폴리 아 되’는 그에게 연민할 만한 서사를 대놓고 주진 않는다. 대신 그의 정신상태와 망상 세계를 표현한 뮤지컬 장면이 과할 정도로 자주, 길게 나온다. 그렇다 보니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많다.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피로감도 고개를 든다. 중반부엔 비슷한 장면이 내내 이어져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호아킨 피닉스의 물오른 연기만큼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목청껏 노래하는 레이디 가가도 인상적이다. 결말은 명확하다. 적절한 마무리가 이리저리 흩뿌려지던 영화를 단단히 봉합한다. 와닿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겠다. 내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37분. 쿠키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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