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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공동체·민주주의에 대한…‘정정 가능한’ 철학적 사유[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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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정 가능성의 철학
아즈마 히로키 지음| 김경원 옮김
메디치미디어 | 360쪽 | 2만2000원

일본의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는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 등 ‘서브컬처’를 통해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비평가로서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브컬처 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즈마의 관심은 공동체의 윤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로 옮겨갔다.

아즈마의 신작 <정정 가능성의 철학>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사상을 종합해 내놓은 작품이다. 아즈마는 전작인 <관광객의 철학>에선 관광객의 우연한 마주침처럼 맺어진 관계를 ‘가족’으로 규정했고, <일반의지 2.0>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미디어의 발전이 만들 ‘소통 없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즈마는 관계가 봉쇄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뒤 두 전작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켜 담았다.

1부에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이론에서 제시한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 ‘느슨한 연대’의 잠재력을 그려나간다. 가족이란 구성원과 규칙 등 모든 것이 ‘정정’되지만 여전히 같은 게임을 수행한다고 믿는 공동체다. 아즈마는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 이론을 언급하며 “다중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는지 (중략) 좌파 철학자는 정당한 이론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신 ‘가족’의 개념을 사회적 연대로 재구축하며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2부에선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할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습을 모색한다. 아즈마는 이른바 ‘인공지능 민주주의’에 대해 “빅데이터에게는 예외성을 소거해버리는 본성이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AI는 빅데이터에 근거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 대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로 ‘나’에게도 전쟁에 나가라고 명령할 수 있다. ‘나’의 고유성은 통계의 일부가 돼 사라지고 집단의 정치만이 남는다. 아즈마는 “인간의 사회를 생각할 때 ‘나’라는 고유성의 감각과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 사상은 모두 원리적 결함이 있다”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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