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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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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명절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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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추석이 지나갔다.

돌아보니, 비교적 연휴를 적절하게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

첫날인 토요일은 형님과 아들, 조카들이 함께 조상묘를 벌초하고 성묘했다.

둘째 날 일요일은 교회 예배에 이어 우리 집에서 손자들까지 18명의 가족이 모여 추석 감사예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며 송편을 먹고 헤어졌다.

셋째 날 오전은 거실에서 전날 저녁에 사준 책을 읽는 손자와 함께 책을 읽었다.

오후는 국립현대미술관(청주)을 찾아 관람하고 늦은 점심에 이어 손자를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넷째 날은 속리산을 찾아 세조길을 걸었다.

얼추 8km 되는 길을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가 잘 따라와서 고마웠다.

연휴 마지막 날은 친구 부부들과 골프를 했다.

명절이라 가족끼리 또는 친한 친구끼리 골프장에 나온 걸 확인하며 즐겼다.

그 사이사이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14회분을 관람하고, 책도 두 권 읽었다.

쉼과 놀이가 적당히 섞인 것 같아 좋다.

잘 아는 것처럼 추석은 신라 시대 이래로 한해의 추수를 감사하며 조상에게 감사제를 지내고 송편을 먹으며 강강술래 등으로 즐기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여름 동안 자라난 조상 묘의 풀을 깎고 돌보며 성묘한다.

설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나눈 뒤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조상 묘를 찾아 성묘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근래 들어 정부에서 설과 추석 전후 하루씩 더해 사흘간 연휴로 정하는 바람에 국민은 긴 명절 연휴를 누리게 되었다.

이번 추석처럼 토요일 일요일과 잘 연결되면 연속해서 5일을 쉴 수 있고, 어떤 때는 징검다리 연휴가 되어 그 기간이 일주일로 연장되기도 한다.

좋은 일이다.

가족과 친척이 만나 조상을 기리고, 친지가 만나 즐길 수 있어 좋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명절 연휴를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아예 조상에 대한 차례는 커녕, 온 가족이 모이지도 않고 소가족끼리 또는 개인이 국내 또는 국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조상에 대한 추모나 감사를 기반으로 한 전통이 깨지고 있다.

이렇게 명절이 전통을 잃고 개인주의화 되는 현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사회변화에 수반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화다.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가족 모임이 줄어들고, 전통적인 명절의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또한, 바쁜 일상 때문에 명절을 준비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개인의 삶과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가족보다는 개인 시간 갖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천착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래저래 추석 명절 또는 설명절이 점점 전통의 맛을 잃어가고 단지 연휴로서만 존재하기에 십상이다.

어떻게 하면 전통을 지키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동시에 개인의 삶에 윤기를 더하는 휴일로써 효과적으로 이를 누릴 수 있을까.

전통을 살리고 온전한 가족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며 개인의 삶에 윤기를 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내 존재는 육신의 부모 형제로부터 비롯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분주한 일상을 떠나 명절 기간 중 단 하루라도 온 가족이 함께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에게 명절의 의미를 새겨주고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더해 명절에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전통 놀이와 음식을 나누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온라인으로 가족 모임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 경우 가끔 설 명절이나 추석 명절에 온 가족이 명승지 콘도의 방 몇 개를 예약해서 함께 감사예배를 드리고 식탁을 나눈 뒤, 그곳의 즐길 거리를 같이 누리기도 한다.

내년 설도 이번 추석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설 감사예배와 떡국 나누기, 세배, 성묘 등을 마친 뒤 바로 아들 손자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 스키장을 찾아 며칠 머물다 올 계획이다.

쉼과 휴식을 통해 재충전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전통과 가정을 살리는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열린세상,유재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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