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출연진과 황금빛 대형 무대장치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 대표작 '투란도트'. 솔오페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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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극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의 무대를 와서 보시면 '투란도트가 곧 제피렐리'라고 느끼게 되실 거예요."
다음달 12~1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오페라 '2024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의 연출가이자 베로나 축제의 예술부감독인 스테파노 트레스피디가 표한 자신감이다. 트레스피디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피렐리의 연출을 한국에서 보여드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100여 년 역사의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서울로 그대로 옮겨오는 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더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또 다른 20세기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의 연출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제피렐리는 배우 올리비아 핫세를 '절세미녀'로 각인시킨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년작)의 연출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미감으로 영화뿐 아니라 오페라 극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특히 '투란도트'는 황금빛 웅장한 무대와 고대 중국풍 화려한 의상 등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9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이자 오랜 파트너였던 트레스피디가 제피렐리의 작품에 계속해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두 사람은 1995년 베로나 축제에 오페라 '카르멘'을 올리며 처음 만났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협업했다. 트레스피디는 "무대 세트가 크고 무거워서 다루기 쉽지 않은데, 제피렐리는 그런 공연을 무수히 만들었다"며 "더 대단한 건 무대 위 수백 명의 가수, 무용수, 합창단을 한 시공간 안에서 자유자재로 지휘했다는 점이다. 큰 그림을 그릴 뿐 아니라 아주 세밀한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 전여진 소프라노.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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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울 공연을 위해 베로나 축제 쪽에선 80여 명의 현지 제작진과 컨테이너 55개 분량의 소품·의상 등이 건너왔다. 무대 위아래 인원까지 약 1000명이 동원된다. 베로나 축제가 1913년 처음 열린 이래 첫 내한이다. 트레스피디는 "무대 등을 한국에 가져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며 "서울의 KSPO돔은 베로나 원형경기장과는 너무나 다른 장소고, 모르는 사람들과 협업해 공연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털어놨다. 다만 "이번 공연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동양의 문화를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을 이용해 최선을 다하겠다. 관객들이 그야말로 입을 벌린 채 감격스럽게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관전 요소는 투란도트 역할에 전격 발탁된 한국인 소프라노 전여진이다. 기획자이자 총감독인 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베로나 축제 측에서 먼저 전여진의 영상을 '브라비시모'(환호할 때 외치는 '브라보'의 최상급)라고 소개해줬다"는 후문을 전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전여진은 "솔직히 말하면 연습은 정말 완벽하게 돼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는 공연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전여진은 올해 초 베로나 축제의 여름 시즌 캐스팅 오디션에 합격해 6월 투란도트 본무대에서 데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건강상 문제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지 올해로 12년 차가 됐고 성악도들에게 베로나는 꿈의 무대"라며 "데뷔가 무산된 직후엔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다시 한국 공연에 캐스팅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벅차다"고 했다. 투란도트 역에는 전여진 외에도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가 오른다. 명곡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부를 칼라프 역은 테너 마틴 뭴레,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나눠 맡는다. 지휘봉은 현재 베로나 축제의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잡는다.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주한 이탈리아대사관과 이탈리아문화원에서도 공연을 후원한다.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흥겨운 날이다. 꿈만 같고 행복하다"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두 나라 국민은 음악과 오페라를 좋아한다는 공통적인 열정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열정이 한순간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진정한 사랑에 관한 동화 속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며 "편안한 차림으로 가족·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아달라"고 했다. 공연은 월요일을 제외한 7일간 총 8회 진행되며, 회당 약 1만석의 객석이 열려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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