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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악와인열차로 찾은 충북 영동으로 터 옮겼어요”… 인구감소 위기서 국악‧와인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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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KTX) 관광열차로 여행을 자주 가면서 정이 든 충청북도(충북) 영동으로 아예 터까지 옮겼어요. 친정 식구들한테도 적극 추천해서 한 명씩 영동으로 데리고 오고 있어요.” (충북 영동군민 60대 권양옥씨)

조선비즈

지난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영동 국악와인열차 3호칸에서 박혜정 국악인이 진도아리랑을 열창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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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3시 충청북도 영동군 레인보우 힐링센터 2층 힐링정원에서 영동군민 권양옥(왼쪽 첫 번째)씨를 비롯한 방문객 3명이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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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3시 충북 영동의 문화관광시설 ‘레인보우 힐링센터’ 2층 힐링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권양옥씨는 이같이 말했다. 2년 전까지 경기 수원에 거주했던 권 씨는 10여년 전 친구들과 함께 코레일(KORAIL) 관광열차 상품을 이용하면서 충북 영동에 대해 알게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충북 영동은 포도, 곶감 등 다양한 과일을 특산품으로 가지고 있고, 스포츠댄스부터 오카리나 연주까지 배울 수 있는 문화복지설을 잘 갖추고 있다”며 “코레일이 운영하는 관광열차 국악와인열차를 타고 친구들이랑 자주 영동을 찾다보니 노후를 영동에서 보내고 싶어서 1년 전에 거주지를 영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직접 타본 코레일의 국악와인열차는 충북 영동 관광 여행을 위한 이용객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8시 52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영등포역, 수원역, 평택역, 천안역, 서대전역을 거쳐 충북 영동역에 11시 40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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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영동 국악와인열차 3호칸 2인석에 충청북도 영동 용산면에서 생산한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화이트 와인과 와인잔, 샌드위치가 놓여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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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역까지 기차를 타고 달리는 약 2시간 50분 동안 각 2‧4인 좌석마다 놓인 넓직한 테이블에는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화이트 와인을 2인당 1병씩 맛볼 수 있었다.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화이트 와인은 용산면에서 수확한 샤인머스캣 100%로 만들어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산미를 머금고 있었다. 국악와인열차에서 같이 제공하는 샌드위치나 견과류, 쌀과자를 먹으면서 풍미를 더하는 디저트 와인으로 적합했다.

이 열차는 차창밖으로 비치는 녹음으로 여행의 설렘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향긋한 와인으로 입을 즐겁게 한 데다 귀까지 흥을 돋궜다. 국악와인열차 1~6호차 가운데 3‧4호를 제외한 1‧2‧5‧6호차는 ‘7080 라이브’, ‘국악과 소리 한마당’ 등 이벤트‧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3호차는 넓은 좌석을 갖춘 프리미엄 열차였는데 국내 여행사 ‘행복을주는사람’의 레크리에이션과 국악‧판소리 공연도 볼 수 있었다.

충북 영동은 국악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난계(蘭溪) 박연(朴堧) 선생의 고향이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색을 살려 국악와인열차가 영동역을 향해 달리는 동안 3호차 중간에 자리한 공간에서는 박혜정 국악인의 진도아리랑, 배띄워라 등 국악 공연과 최한이 판소리 소리꾼의 사랑가, 홀로아리랑 등 판소리 공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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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충청북도 영동군 기업형 와이너리 '영동 와인코리아' 레스토랑을 찾은 방문객들이 오리 로스와 함께 영동군에서 생산한 '샤토마니' 와인을 즐기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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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은 총 34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한 국내 유명 와인 생산지로도 손꼽힌다. 이날 오후 영동역에서 내린 뒤 기업형 와이너리 가운데 ‘영동 와인코리아’를 방문해 오리 로스와 함께 영동에서 생산한 ‘샤토마니’ 화이트‧레드 와인을 곁들인 점심 식사를 했다. 영동 와인코리아는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국내 정통 와인 ‘샤토마니’를 생산하고 있다.

이어 영동 와인코리아 인근에 자리한 농가형 와이너리 ‘컨츄리 와인’을 찾았다. 컨츄리 와인은 1965년부터 3대째 와인을 생산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캠벨얼리(Campbell-early)와 산머루(Wild-Grape)를 직접 재배하고 있다. 마을농가와 영동군내 계약 재배, 일반 수매를 통해 연간 약 4만5000리터(L)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컨츄리 와인 양조장의 모든 와인에는 산화방지제 무수아황산(SO2)이나 소르빈산(보존료) 등을 전혀 넣지 않는 특색있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컨츄리 캠벨 스위트‧드라이, 컨츄리 산머루 스위트‧드라이 총 4가지 와인 시음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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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충청북도 영동군 농가형 와이너리 '컨츄리 와인' 시음 공간에서 김덕현 대표가 영동에서 생산한 '컨츄리 캠벨 스위트' 레드 와인을 와인잔에 따르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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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인보우 힐링센터도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구성한 이 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뮤지엄, 복숭아 수영장부터 어른들을 위한 힐링정원, 힐링숲스파, 명상의 연못, 개인 힐링, 릴랙스룸 등을 갖추고 있다.

레인보우 힐링센터 바로 옆에는 와인을 주제로 10개 프로그램을 갖춘 ‘와인터널’이 자리하고 있다. 와인터널은 420m 길이의 터널에 영동 와이너리들의 특징과 역사부터 세계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관광시설이다. 와인문화관, 영동와인관, 세계와인관, 와인레스토랑, 영화속와인, 와인저장고, 와인체험관, 와인판매장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와인레스토랑에서는 1인당 1만원을 결제하면 영동 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카페도 마련돼있다. 알콜‧무알콜 와인으로 만든 와인아이스크림도 한 컵에 4000원에 맛 볼 수 있었다. 와인체험관에서는 영동에서 생산한 ‘어미실 돌체’, ‘르보까쥬’, ‘산너울’ 등 세 가지 와인 시음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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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4시 충청북도 영동군 와인터널 전경.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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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영동 인구는 1960~1970년대 20만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약 4만2000명까지 줄어 국내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영동군은 인구 감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와인, 국악 등 지역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살려 관광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8년 영동군은 약 20억원의 비용을 내고 코레일의 노후 열차를 개조한 뒤 서울에서 영동을 오가는 국악와인열차를 개통해 영동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국악와인열차 이용객의 주 연령층은 50~60대이고, 성별로는 80%가 여성 고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악와인열차 같은 코레일 관광열차들은 티켓 구매를 실시하고 몇 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서도 “국악와인열차를 탑승한 고객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며 한번 체험한 고객들이 다시 구매하는 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국악와인열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2년까지 운행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운행을 재개해 인기리에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내구연한 문제로 2028년까지만 운행이 가능하다. 이 열차의 내구연한을 연장하지 못하면 또 다른 열차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 열차를 만드는 것은 한 량당 70억원의 비용이 드는 탓에 군비로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적자로 시름을 앓는 코레일 역시 이 열차를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악와인열차 이용가격은 일반칸인 3‧4호차의 경우 1인당 정가 기준 14만9000원, 이벤트칸인 1‧2‧5‧6호차는 16만9000원이다. 여기에 코레일이 진행하는 ‘인구소멸지역 열차운임 50% 할인 행사’를 적용하면 1인당 일반칸 13만4000원, 이벤트칸 15만4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왕복 열차비, 버스비, 열차 내 간식과 와인(2인1병), 고급 와인잔, 중식비, 상품권 1만원, 와인터널 입장료, 족욕체험비, 가이드비를 모두 포함한 비용이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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