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일본 고령화율 추이/그래픽=이지혜 |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과 서비스 제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고령자 요양·주거시설 현황과 보험사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한국의 고령화가 다른 나라 대비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속도만 놓고 보면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고령화율이 20%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일본은 20년 전인 2005년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2043년에는 한국이 일본의 고령화율을 추월할 것으로 추산됐다. 2043년 한국의 고령화율은 36%로 일본(2044년)보다 빠르다.
일본은 지난 20여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준비를 해왔지만 한국은 지금 상태로라면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나라 또는 개인이 온전히 떠안게 되면서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75세 이후에는 신체나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일상생활지원 또는 요양 서비스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75세 이상 고령자가 2024년엔 411만명이지만 2040년에는 898만명, 2050년에는 1153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현재 전국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40개소 9006가구에 불과하다. 서울·경기지역에 있는 주택은 월 이용료가 300만원이 넘어 일반 서민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장기요양시설은 전국에 6259개소가 있으며 약 25만명 수용이 가능하다. 이 중 개인사업자가 75.7%를 차지한다. 이마저도 비싼 땅값 때문에 서울보다는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이 서울에 요양시설을 열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 인원만 2000명이 넘는다.
실제로 요양·주거시설 수요는 높다. 보험연구원이 자산 4억원 이상, 장기요양등급이 없는 건강한 65~79세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금 사는 곳 근처에 고령자돌봄주택이 있으면 이용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72%를 차지했다. '자녀 등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어서'가 주된 이유였다. 이용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송 연구위원은 "일본도 초기에는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요양·주거시설 공급이 이뤄졌으나 재정 압박에 부딪혔다"면서 "2011년부터 세제·보조금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민간업체 영입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다양한 공급이 이뤄지고 평균 연금수급액인 20만엔(2022년 기준·원화 약186만원)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의 시설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요양등급이 없거나 낮지만, 일상생활 지원은 필요한 중산층 고령자 대상의 주거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토지·건물의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 확보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비급여항목 확대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보장해 민간업체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노인복지주택과 장기요양서비스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과 요양시설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