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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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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과 다르네” 쇼츠-릴스 타고 제이팝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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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묜-후지이 가제 등 日가수

2030 세대 중심 인기 급상승

SNS 편집 영상 수십만 뷰 기록

요아소비 등 대규모 내한공연도

동아일보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묜, 후지이 가제의 공연을 한국 누리꾼이 편집한 유튜브 쇼츠 영상이다.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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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쓴 네가 흔들리는 마리골드를 닮았어.”

해 질 무렵, 야외무대에서 한 일본 여성이 노래를 부른다. 헝클어진 긴 머리에 대충 걸친 듯한 붉은 셔츠를 입은 모습이 왠지 모를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통기타와 경쾌한 드럼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허스키와 영롱함을 오가는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한국 누리꾼이 직접 편집해 올린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묜’의 일본 공연 모습이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아이묜의 공연 영상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 퍼지며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선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꼭 내한해 달라”는 댓글도 가득하다. 아이묜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화답했다.

제이팝(J-pop·일본대중가요)이 한국 MZ 세대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제이팝은 기존에도 일부 음악 마니아를 중심으로 1970, 80년대 일본 시티팝이 크게 사랑받았지만 최근엔 20, 30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가수가 인기를 끄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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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인조 혼성 그룹 ‘요아소비’가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연 첫 내한 콘서트. 당시 요아소비는 “한국 팬들이 공연 내내 노래를 따라 불러줬다. 일본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했다. 리벳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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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진원지는 SNS다. SNS를 통해 제이팝에 대한 노출이 늘면서 소비층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예를 들어 한 한국 누리꾼이 일본 2인조 혼성 그룹 ‘요아소비’의 곡을 편집해 지난해 5월 올린 영상은 현재까지 2700만 회 조회됐다. 요아소비는 지난해 12월 8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했는데 올 12월엔 1만5000석 규모의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1년 만에 규모가 2배 커진 것. 요아소비 내한 대행사 더 씨드의 홍승한 대표는 “과거엔 일본 ‘서브컬처’(하위문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제이팝을 찾았지만 이젠 달라졌다”며 “요아소비 팬에 SNS에 익숙한 20, 30대가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가요계에선 제이팝의 인기 이유로 신선함을 꼽는다. 아이돌 음악 일변도의 케이팝이 비슷한 패턴의 곡을 내놓은 점에 질린 이들이 다양한 취향을 찾다 제이팝을 듣게 됐다는 것.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일본 가수들은 아이묜을 비롯해 후지이 가제, 유우리, 요네즈 겐시 등 주로 음악성을 높게 평가받는 싱어송라이터다. 이들은 기타, 드럼 등 밴드 음악을 주로 즐기고 대부분 립싱크 없이 라이브를 소화한다.

올 6월 그룹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공연 덕에 제이팝 입문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멤버 하니가 부른 일본 시티팝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1980년), 멤버 민지가 부른 일본 싱어송라이터 바운디의 ‘무희’(2023년)가 국내 음원 상위권을 휩쓸며 제이팝을 더욱 주목하게 됐다는 것.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다시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점도 이유로 평가받는다.

일본 가수들도 적극 내한하고 있다. 올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공연 ‘원더리벳 2024’엔 걸그룹 AKB48,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 싱어송라이터 도미오카 아이 등 제이팝 가수가 다수 참여한다. 후지이 가제는 12월 2만 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에서 콘서트를 연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일본 가수들도 한국 소규모 공연장을 찾는 등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다”며 “일본에선 케이팝이, 한국에선 제이팝이 인기를 끌며 서로 음악적,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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