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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파격 지원"…스리랑카 대선, 의원 3명 있는 야당 대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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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이후 2년 만에 치러진 스리랑카 대선에서 좌파성향 야당 대표가 승리, 신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아누라 디사나야케(55) 인민해방전선(JVP)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5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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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전선(JVP) 대표 아누라 디사나야케(55)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확정 이후 콜롬보에 위치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시민에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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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BBC 등에 따르면 디사나야케는 취임 선서에 앞서 엑스에서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함께 역사를 다시 쓰자"고 강조했다. 전날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차 개표 결과 디사나야케는 39.5%를 득표해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사지트 프레마다사 대표, 무소속으로 출마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17%)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1차 개표 결과 과반을 얻지 못한 그는 선거법에 따라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한 2차 개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스리랑카에선 유권자가 선호 후보 3명까지 순위를 매겨 투표용지에 기표할 수 있다.

서민 출신으로 반정부 성향의 야당에서 활동해온 디사나야케는 5년 전 대선에선 3% 남짓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디사나야케의 당선을 두고 "국민에게 극심한 고난을 초래했던 현 정부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을 반영했다"고 평했다. 현재 의회에서 단 3석만을 보유한 JVP가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엔 강력한 부패방지 대책 시행, 국제통화기금과의 구제금융 합의 재조정, 빈곤층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등의 공약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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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에서 시위대가 2022년 4월 정부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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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과도한 감세와 중국 차관으로 벌인 대형사업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2022년 4월 12일 '일시적 디폴트' 선언했다. 석유, 의약품, 식품 등 생필품 부족난이 심화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결국 시위대에 쫓겨 몰디브로 피신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사임했다. 이어 헌법에 따라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가 2년간 대통령을 맡았다.

디사나야케에겐 무너진 국가 경제를 회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AFP통신이 JVP 관계자를 인용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를 파기하진 않고 구제금융 조건들을 재조정하는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스리랑카의 주요 채권국이자 투자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스리랑카와 증대된 협력을 기대하며 축하를 전했다.



디사나야케는 1968년생으로 육체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987~1989년 마르크스주의당 JVP 반란에 가담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일찌감치 정치활동 시작에 뛰어들었다. 1995년 켈라니야 대학교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졸업한 뒤 바로 JVP의 중앙실무 위원회에 임명됐고, 1998년 정치국 위원직을 맡았다. 이후 2000년 국회에 입성한 뒤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집권 시절인 2004년부터 1년간 농업부 장관을 맡았다. 2014년엔 JVP 대표에 당선됐다. JVP는 225명 의원으로 구성된 단원제 국회에서 현재 3석을 가진 정치연합 NPP에 속해 있다. JVP는 1971년과 1987년 각각 무장봉기를 일으켰으나 실패하면서 이후 폭력을 배제한 정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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