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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석포제련소 대표, 중대재해법 첫 구속기소…"비소 누출 근로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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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지법 안동지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는 이튿날인 29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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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가스 중독사고 등으로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구속기소됐다.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23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수차례 지적에도 별다른 조치 않아”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6일 영풍 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장 2층에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맹독성 ‘비소(아르신) 가스’에 노출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소 가스에 노출된 협력업체 근로자 4명 중 60대 근로자 1명은 같은 달 9일 비소 중독으로 숨졌다.

검찰은 이 사고가 업체 측이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히 해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비소·카드뮴 등 급성중독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안전보건관리 능력이 부족한 협력업체에 도급해 지속해서 산업재해가 발생해 왔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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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과 안전불감증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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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박 대표이사는 그가 취임한 이후인 2022년 2월에도 아연정제 공정에서 근로자가 비소에 급성중독된 사례를 보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고 외에도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지난달 2일에도 하청 근로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대재해가 발생한 업체의 원청 대표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검찰은 박 대표이사 죄질이 중하다고 보고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일부 업체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2022년도 비소 급성중독 사례 보고”



검찰은 “박 대표이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 업체 제련소장으로 재직해 제련소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시행하지 않았고 하청업체 선정 시 형식적으로 평가했으며 2022년 하반기 외부기관 위탁점검 시 동일한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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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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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소장에 대해서는 “탱크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나 작업장소 인근에 충분한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유해물질 정보를 근로자에게 고지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호흡용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작업책임자도 지정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미이행해 근로자가 비소에 노출돼 사상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비소 등 위험물질 작업이 많은 업체 작업환경에 대한 검증, 현장 근로자 진술 청취와 압수수색을 통해 석포제련소 상무·이사 등 임직원 3명이 아연정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소 측정 데이터 삭제를 모의하고 그에 따라 실제로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체계적인 인멸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박 대표이사와 배 소장 외에 비소 누출 당시 통제의무를 위반한 원청 안전관리이사·안전관리팀장 등과 하청 대표이사·차장 등 8명과 하청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화학물질관리법위반으로, 원청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으로 같은 날 불구속 기소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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