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교전 격화…미사일·드론 공격 오가
이집트 "중동 지역 전면전 가능성 커져"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교전이 격화하며 전면전 가능성이 커졌다.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한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최대 공격을 주고받으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 확전 방지를 위해 온힘을 쏟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이번주 유엔총회에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이하 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로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구조당국은 북부 경제·산업 도시 하이파 인근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났으며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했다. 이스라엘군은 21일 밤과 22일 아침 약 150발의 로켓과 순항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는데 이를 대부분 요격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의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최근 들어 거세졌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시작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대를 공격해 왔다. 국지전 수준이었던 양측 충돌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격화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특수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등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했다.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는 45명에 이른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했던 연쇄 타격을 입었다”며 “헤즈볼라가 아직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장담하건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중동 전역에서의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까지 개입하면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날 AFP통신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로 이 지역에서 긴장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집트는 미국, 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진행해 온 중재국이다.
압델라티 장관은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지역적으로 일어나는 충돌은 어느 당사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 사저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중동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을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은 오는 24~30일 고위급 주간을 맞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번 유엔총회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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