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점의 보물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탄원 스님. 그는 “약탈·도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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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석탑, 전각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 하나까지 다 기록해 놔야 합니다. 국보, 보물로 등재하는 것만큼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최고의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탄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항 보경사 주지)은 “스님이 왜 보물을 탐하느냐”는 선문답에 이렇게 답했다. 올 4월 경내 천왕문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등재된 보경사는 지난달 오층석탑이 또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인근 지역 정자인 분옥정(噴玉亭)과 용계정(龍溪亭)도 7월 보물로 등재된 바 있다. 이 모든 열매 뒤에는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탄원 스님의 노력이 있었다.
1000년 전 고려시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경사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계승한 고려 석탑으로 금당탑(金堂塔)으로도 불린다. 조선 중기 사명대사 유정이 쓴 ‘내연산 보경사 금당탑기’에 건립 내력이 나오는데, 11세기 석탑의 조영 기법과 양식 등이 잘 나타나 있고 건축미가 빼어나 역사·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점의 보물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탄원 스님. 그는 “약탈·도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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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 중 태반이 불교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문화부장을 하며 보니 사찰마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문화유산이 많은 것 같더군요. 기록도 잘 안되어있고요. 그래서 전국 사찰에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까지 모두 기록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우리 절 문화유산부터 평가받자고 시작한 게 열매를 맺은 거죠.”
그의 보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도난당한 지 24년 만에 되찾은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 경내 대웅전과 적광전 내 수미단도 보물로 지정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보물인 괘불탱화는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고, 팔상전은 경북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용역보고서가 마무리 단계다. 현재 보경사가 보유한 보물은 괘불탱화, 천왕문, 적광전, 적광전 내 비로자나불도, 원진국사비, 원진국사 승탑, 서운암 동종, 오층석탑(지정 예고 중) 등 8점이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그의 노력은 인근 지역에 있는 용계정, 분옥정으로 이어졌다. 탄원 스님은 “소문이 난 때문인지 정자를 관리하던 각 문중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며 “우리 것이라면 불교 문화유산이냐 아니냐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보물 등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숙종 22년(1696년) 건립된 용계정은 18세기의 건축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빼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순조 20년(1820년) 건립된 분옥정은 ‘옥구슬을 뿜어낸다’라는 이름처럼 정자 아래 계곡 물줄기와의 어우러짐이 뛰어난 곳. 추사 김정희와 그의 아버지 유당 김노경, 그의 6촌 형 김도희의 서체를 동시에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탄원 스님은 “약탈·도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도난당한 보경사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는 2020년 한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되면서 존재가 알려져 수사가 시작됐고, 명확한 소유 기록이 있어 보경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탄원 스님은 “원 소유자가 명확히 기록돼 장물이 분명한 문화유산을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살 사람이 없으면 팔 사람도 없을 테니 철저한 기록이야말로 문화유산을 도난당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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