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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주현상(32)은 구단 새 역사를 쓰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뒷심을 발휘하던 한화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8위까지 떨어지면서 5강 경쟁에서 사실상 밀렸기 때문. 주현상은 본인이 조금 더 많은 승리를 지켰더라면 팀이 더 높은 순위에 있지 않았을까 자책했지만, 올해 충분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 임무를 맡았는데도 22세이브를 달성하면서 구단 우완 역대 최다 신기록을 계속 써 나가고 있다. 종전 기록은 2005년 지연규와 2013년 송창식의 20세이브였다.
주현상은 지난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1 승리를 지키며 시즌 21호 세이브를 챙겨 대선배들을 뛰어넘은 뒤 "그래도 내 이름이 남는 것이니까. 어찌 됐든 다음 투수가 내 세이브 기록을 뛰어넘어도 내 이름은 남는 것이니까. 그런 것은 조금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구단의 새 역사를 쓴 소감을 덤덤히 말했다.
주현상은 19일 창원 NC전에 등판해 시즌 22호 세이브까지 챙겼다. 7-6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나선 주현상은 선두타자 김주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도태훈을 중견수 뜬공, 맷 데이비슨을 3루수 뜬공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한화는 이날 선발투수 류현진이 팔꿈치가 타이트한 증상으로 3이닝(4실점) 만에 교체되는 변수에도 박상원(2⅔이닝)-김서현(1⅓이닝 1실점)-한승혁(1이닝 1실점)에 이어 주현상까지 필승조 4명으로 버텼다. 김서현과 한승혁이 실점하면서 1점차까지 쫓긴 상황에서 주현상이 마무리하지 못했더라면 자칫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뒤 "선발투수가 예정보다 일찍 내려갔는데도 이어 등판한 불펜투수들이 상대 공격을 잘 막아준 점을 칭찬하고 싶다"며 주현상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주현상은 실력은 물론, 인생 역전 스토리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주현상은 청주고-동아대를 졸업하고 2015년 한화에 입단할 때는 내야수였지만, 1군 통산 120경기에서 타율 0.212(222타수 47안타), 12타점, 18득점에 그친 뒤 투수 전향을 선택했다. 서른을 앞둔 나이였으나 해보고 싶은 야구를 하고 그만둬도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과감한 선택을 했고, 2021년부터 1군 마운드에 서기 시작해 올해까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공기를 썼다. 지난해는 55경기에 등판해 12홀드, 59⅔이닝, 평균자책점 1.96으로 맹활약하면서 올해 생애 첫 억대 연봉(1억1000만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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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이 주는 책임감이 커진 만큼 막바지 5강 경쟁에 더 힘을 실어주지 못한 아쉬운 마음도 커졌다. 주현상은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초반에 많이 이겼으면, 지금과 승률이 다를 것이고 순위도 달랐을 것이다. 그런 경기를 아쉽게 진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다. 내년에는 그런 경기를 어떻게든 이겨서 계속 순위 싸움을 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올해는 조금 아쉽지만,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주현상은 에이스 류현진이 등판한 날마다 의미 있는 세이브를 챙겼다. 지난 4월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챙긴 날 3-0 완승을 이끈 승리투수가 류현진이었고, 지난 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생애 첫 20세이브를 챙겼을 때도 승리투수는 류현진이었다. 이날은 류현진이 뜻하지 않게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주현상이 뒷문을 잘 걸어 잠그면서 류현진의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었다.
주현상은 "올해 첫 세이브를 (류)현진이 형이 던진 날 한 게 조금 의미가 있는 것 같고, 20세이브를 할 때도 현진이 형의 승리를 지켰다. 첫 세이브와 20세이브 다 현진이 형이 던질 때 나와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현진이 형이 나를 잘 믿어주고 있는 것 같다"며 든든한 큰형을 향한 감사를 표했다.
내년에도 한화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게 목표다. 주현상은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고, 또 매년 좋은 기록을 내려고 또 준비할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시즌 끝나고 또 준비를 잘할 것이다. 내년에도 또 한화의 마무리투수를 할 수 있게 잘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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