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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EU, 거부했던 중국산 전기차 고율관세 특례 제안 재검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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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고율관세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유럽 내 판매가격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이 제안을 거부했던 EU가 재검토에 나선 것은 무역갈등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중국 업체들의) ‘가격 약속’을 새롭게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올로프 질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이 밝혔다.

세계일보

비야디 정저우 공장 출고 라인.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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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EU의 과잉 보조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수출 시 판매가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EU는 12일 보조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기에 불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열린 이날 고위급 회동 결과 이 문제를 재고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르면 오는 25일쯤으로 예상되는 EU 회원국 간 관세 최종 투표를 앞두고 중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은 이날 회동 뒤 각자 실무협상팀에 “상호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질 대변인은 설명했다. 장관급 소통 채널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강경했던 집행위의 입장 선회 배경에는 최근 주요 회원국들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계획에 우려를 잇달아 표명한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위는 앞서 중국산 전기차들이 과잉 보조금을 받아 저가에 유입돼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상계관세 17.0∼36.3%포인트를 추가한 27.0∼46.3%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계획이 5년 간 확정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 투표에서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관세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9일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에 관세 부과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당초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에 찬성했지만 막판에 입장을 번복했다.

독일, 이탈리아도 잇달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시 무역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모두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투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집행위 입장에서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관세투표 부결로 체면을 구기는 상황도 대비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왕 부장에게 중국 측이 개시한 EU산 브랜디, 돼지고기, 유제품 등을 겨냥한 반덤핑 조사가 근거없는 부당한 조사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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