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제트기 임대하면 7억5000만 원 들어
카에상 "목적지 같아 얻어 탔을 뿐" 항변
“지위 감안할 때 영향력 행사 범주 속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왼쪽)이 아내 에리나 구도노와 함께 지인의 고급 자가용 비행기를 공짜로 이용해 미국을 다녀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에리나 구도노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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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 차남의 ‘공짜 비행’을 두고 시끄럽다. 논란의 당사자는 전용기를 소유한 지인 여행길에 동승한 것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국가 수반의 가족이 제3자에게 향응을 받았다면 뇌물이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조코위 대통령의 무리한 정치 왕조 구축을 두고 불만이 높아지던 인도네시아 정국에서 아들의 사치 논란까지 겹치면서 비난 목소리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19일 안타라통신 등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의 차남 카에상 팡아릅(29)은 17일 독립 반부패 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에 자진 출석해 “당초 미국 여행 시 상업용 항공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지인과 (미국행) 목적지가 같아 그의 제트기를 ‘히치하이킹(자동차 등 얻어 타기)’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카에상의 ‘호화 여행’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그는 지난달 아내와 미국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고급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했다. 이는 카에상의 아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공기 탑승 사진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카에상은 제트기를 소유한 지인 이니셜이 ‘와이(Y)’라고 언급할 뿐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지 매체 콤파스는 ‘Y’가 싱가포르 빅테크 기업 시(SEA)와 게임업체 가레나의 창업자인 ‘강예’라고 전했다. 해당 항공기를 빌려 미국으로 갈 경우 약 87억 루피아(약 7억5,000만 원)의 임대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 위도도(맨 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17년 10월 아내(왼쪽 두 번째)와 차남 카에상 팡아릅(왼쪽 세 번째)과 브루나이 궁전에 들어서고 있다. 브루나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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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에상 부부의 값비싼 비행이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이들이 항공편을 무료로 이용했는지, 값을 지불했다면 누가 경비를 지불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부패방지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이날 카에상은 자신이 제트기를 공짜로 이용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셈이다.
관건은 대통령 아들이 제3자의 항공편을 무료로 이용한 점이 ‘공무원의 금품·선물 수수 금지’ 규정을 위배했는지다. 카에상 측은 지인이 미국을 가는 김에 얻어 탄 것이고, 아내와 단 둘이 탑승한 것이 아니라 8명의 동승자가 있는 만큼 대가성 거래로 보긴 어렵다고 항변했다.
반면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사설에서 “카에상의 지위를 감안할 때 제트기 탑승은 불법 뇌물 수수나 영향력 행사 범주에 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데르 마르와타 부패방지위 부위원장도 “만일 자가용 항공기 이용이 그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면 부적절한 선물 수수로 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에상은 공직자가 아니지만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의 여비를 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면 카에상은 제트기 탑승 비용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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