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바르니에의 내각 초안 퇴짜…주요 보직 공화당 차지 우려
재정 악화에 증세론 두고도 대통령-총리 의견 불일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미셸 바르니에 새 총리가 정부 구성을 두고 첫 번째 마찰을 빚었다고 일간 르몽드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월 조기 총선으로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정부)가 탄생하면서 예견됐던 진통이 표면화한 셈이다.
이번 주 정부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17일 마크롱 대통령에게 내각 명단 초안을 제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이 명단이 너무 '단색'이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니에 총리의 친정인 우파 공화당(LR) 인사가 예상보다 많이 포함됐다는 뜻이다.
공화당은 지난 조기 총선에서 4위인 47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데 그쳐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97명)보다 규모가 작다.
그런데도 내각의 30% 안팎, 특히 내무·법무·경제 등 핵심 장관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장관 기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의원(131명)과 하원의원을 합치면 우리가 가장 큰 (정치) 그룹"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려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범여권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찬 회동을 함께 한 범여권 의원 10여명은 자신들에게 정부 내 '비주류 장관직'을 맡기려는 바르니에 총리 안을 우려하면서 이 안이 현실화할 경우 바르니에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들과 공감하며 범여권의 반대를 바르니에 총리 측에 표현할 것을 권유했다고 회동 참석자 일부가 언론에 전했다.
바르니에 총리와의 의견 불일치에도 엘리제궁은 "정부 구성은 총리에게 일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능한 한 국가를 통합하고 정치 세력 간 균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바르니에 총리에게 '가이드 라인'을 그었다.
바르니에 총리는 정부 구성을 최종 매듭짓기 위해 이날 오전 상·하원 의장을 다시 한번 만났다. 내각 명단은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늦어도 20일에는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크롱 대통령과 바르니에 총리는 세금 인상을 두고도 이견을 노출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임명 이후 국가의 재정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최근 주변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증세도 고려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지 매체들은 부유층이나 초과 이익을 달성하는 기업이 세금 인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마크롱 대통령이나 전임 가브리엘 아탈 총리 등 여권은 그동안 공공 재정 악화에도 세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세금 인상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범여권 인사들과 오찬 회동에서 그동안 자신의 정부가 이뤄낸 일을 풀어헤치기 위해 바르니에 총리가 그 자리에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총리가 바뀌었어도 세금 인상은 안 된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본격화하는 대통령과 신임 총리의 힘겨루기 속에서 여론은 일단 총리에게 기울었다.
여론조사 기관 Ifop이 지난 12∼14일 프랑스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주요 정치인 50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총리를 좋게 평가한다'는 응답은 57%로 1위에 올랐다.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을 좋게 평가한다는 응답은 31%로 44위에 그쳤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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