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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 류승완 감독, 9년에 걸친 변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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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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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류승완 감독이 자신에게 '천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베테랑' 시리즈와 함께 돌아왔다.

영화 '베테랑2'(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달성한데 이어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1편에 깜짝 등장한 아트박스 사장님 마동석을 언급하며 "그땐 이미 '범죄도시'가 기획되고 있었다. 저한테 '범죄도시'를 할 때마다 자주 연락하면서 겹치지 않게 소재를 보내줬다. 근데 마동석도 우리가 9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대흥행을 기록한 '베테랑' 후속편은 약 9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사연이 길다. '베테랑' 1편을 만들 땐 엄청난 대형 규모의 영화가 아니었다. 추악한 재벌가를 다루는데 저희 제작비가 높지 않아서 소품을 보면서도 '이제 재벌이 쓰는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었다. 쥐어짜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며 "심지어 배급사 1번 타자 영화도, 소위 말하는 텐트폴(흥행이 확실한 상업 영화)도 아니었다. 개봉 일정도 못 잡고 계속 밀렸었다. 원래 추석에 개봉하려다 겨울로 밀렸다가, 구정으로 밀렸다가 또 밀려서 어느새 여름이 됐다. 그때 목표 스코어는 400만만 넘어도 대성공이었다. 근데 거기에 3배가 넘는 성공을 거두니까 저에겐 차기작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시리즈 영화를 만드는 건 '베테랑'이 처음인데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져서 서도철의 뒷 이야기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형성됐다"고 회상했다.

'베테랑' 시리즈는 류승완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자, 첫 '천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은 "원래 염두에 둔 다른 스토리가 몇 개 있었다. 근데 너무 큰 성공을 거두니까 겁이 나더라.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작품을 먼저 했다. 그 사이 황정민도 다른 여러 경험을 거쳤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범죄도시'도 나오고, '극한직업'도 나오고, 재밌는 형사물들이 나왔다. 드라마에서도 통쾌한 정의구현 드라마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걸 반복하면 위험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1편은 저를 분노하게 했던 몇 개의 사건들이 시발점이 됐다. 저의 분노를 영화 속에서 해소하는 힘으로 달려와서 완성했고, 관객들도 그 부분에 열광해 주셨다. 근데 '베테랑'을 새롭게 보는 젊은 세대가 나오면서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사회현상이 나올 때 짤이나 밈 같은 것들을 다뤄서 대사를 적용하는 것들을 볼 때 어느 순간 불편해졌다. 그게 저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변화였다"며 "분노하는 것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해소하는 것들이 맞나 싶다가, 저 스스로 돌아보니까 섬뜩했던 경험들이 몇 개 있더라. 어떤 사안에 대해 확 분노를 일으켰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제가 비난했던 가해자가 사실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인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랬을 때 저의 감정 전환이 빨리 이뤄지는 게 아니라 비난했던 저 자신을 변호하고 있더라.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 때니까 저 가해자도 그런 거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스스로가 섬뜩했다. 순간적으로 분노하고, 비난하면서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변호해버리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안이나 사건, 현상,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사람을 비난하게 되더라"며 "어떤 현상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려는 것도 없이 내 감정에 충실해서 분노로 해소했던 것들이 스스로 정당한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정의는 과연 옳은가 싶더라. 신념이 잘못되면 가장 위험하지 않냐"고 말했다.

또한 류승완 감독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그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독일 대중은 히틀러가 정의라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런 생각들이 쌓이면서 '베테랑' 속편을 떠올릴 때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소위 '공분'이라고 하는 개인의 분노가 아닌 공적인 분노의 실체가 명확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정당성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진 않더라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질문은 던져보고 싶었다. 이런 일련의 생각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갔고, '모가디슈' 촬영이 끝나고 돌아와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밀수'의 각본 속도가 더 빨라서 '밀수'를 먼저 했다. '밀수'는 명확하니까"라고 웃음을 보였다.

'베테랑' 1편에서 2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필요했다. 류승완 감독은 "중요한 건 인물이었다. 서도철 팀원들이 변동 없이 등장하는 거였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주인공으로 삼는 인물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그려지게 된다. 인물과 인물이 접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쌓여서 이야기가 되는데, 1편에 등장했던 인물, 조연들이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게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눈치채기 힘든 부분이지만, '베테랑2'에서 해치 사건에 대해 다양한 TV프로그램 패널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 뉴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두 명의 남녀 패널은 1편에서 조태오(유아인)의 변호사랑 경제자문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이 사람들은 패널로 활동하는 것"이라며 "신승환도 1편에선 언론사 소속 기자이다가 뇌물을 받아서 잘리고 자기 채널 뉴스 공급자가 된다. 정만식은 얄밉게 등장했던 인물이 1편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1편과 같은 세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들이 2편에서 주요 사건과 결합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전력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친숙함과 새로움을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했다. 저조차 반복 재생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도 있지만, 전작의 성공패턴을 반복하다 점점 무너지는 시리즈도 많이 봤다. 3, 4년 정도의 텀을 뒀으면 가능했을 텐데, 10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변한다. 그래서 이번엔 보폭을 넓게 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2편 속 이야기들은 1편의 연장선이 됐다. 2편 속 서도철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류승완 감독은 "1편에서 서도철이 집에 들어왔을 때 아들에게 '깽값 물어주는 건 참아도 쥐어터지고 오는 건 못 참는다'는 대사가 있다. 저도 그땐 그게 재밌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이들을 키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 그게 잘못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편에선 서도철의 성장이 중요했다. 서도철은 가정이 있고, 이 사람이 구현해야 하는 정의의 목적은 세계 평화가 아니라 별 거 없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함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도 그렇다. 서도철이 해치의 예고 동영상을 보면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 밖에서 얘기할 수 없는 집안의 가정사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도철의 가장 중요한 점은 가정사가 자신의 희로애락의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봤다.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어른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나"라고 말했다.

'인간 서도철'의 서사를 켜켜이 쌓아 올렸다면, 반대로 빌런 박선우의 서사는 모조리 지워냈다. 류승완 감독은 "'해치'라는 인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단서가 담긴 시나리오 버전도 있었다. 다만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공포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해치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영화 초반부부터 박선우가 빌런인 게 나온다. 중요한 건 '빌런이 누구인가'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전작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심적인 딜레마가 중요했다. 조태오는 자기가 스스로 저지르는 추악한 행동들이 악행이라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 거나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걸 아들 얼굴을 잡고 보여주는 건 이 친구 입장에선 배려다. '이게 어른들의 세상이야'라고 보여주는 거다. 거기에 상대가 요구하는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지불하면서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근데 해치는 그 안에 딜레마가 있는 인물이다. 명확하게 자신의 신념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에 대한 대중의 혼란을 즐기려고 했을 사람이다. 해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왜 그런 인물이 됐는지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배우와 관객에게 실체가 또렷하게 잡히기보단 혼란스럽길 원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줄로 정의하고, 한줄평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인물이지?'라고 대화를 나눌 수 있길 바랐다"고 전했다.

더불어 '베테랑'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인 액션신도 언급됐다. 류승완 감독은 "1편을 만들었을 때 시사회를 하고, 극장 개봉하고, 일반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고, 해외 다른 영화제들을 다니면서 서도철이 소화전에 찍힐 때 반응을 못 잊는다. '우욱'하시더라"며 "'서도철이 아플수록 이런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시그니처로 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오프닝의 액션 시퀀스는 1편을 보셨던 관객분들이 진입하기 수월하도록 애피타이저를 달콤하게 내민 다음에 강도를 높여서 적극적으로 시원시원하게 추격전으로 이어지다가 계단의 충격을 일으키면서 '단짠단짠' 구성으로 배치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류승완 감독은 "수중 격투신은 격투 자체의 디자인이 팀원들 개개인이 하나씩 휘두르면서 히어로 영화처럼 거대한 악과 싸우려고 튕겨져 나가는 동선으로 만들었다"며 "터널은 서도철의 지독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도철 싸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함이다. 1편에서 서도철이 정당방위를 위해 일방적으로 조태오에게 두드려 맞았다면, 2편에선 자기가 저지른 행동으로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싸운다. 각각의 액션 포인트들은 전략적으로 각기 다른 흥미를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류승완 감독은 3편 제작 여부에 대해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지금 말씀드릴 순 없다. 떡밥을 다 투척해 놓고 안 되면 속상하니까"라면서도 "3편에 대한 기초 스토리가 나온 게 있긴 하다"고 귀띔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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