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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맏딸 설움에 공감"…시청자 응원 받는 드라마 속 K-장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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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정소민·'가족X멜로' 손나은…K-장녀 책임감 부각

연합뉴스

tvN '엄마친구아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 세 살에 한글을 깨치고 다섯살 무렵에 구구단을 뗀 배석류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 철없는 연년생 남동생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나라도 속 썩이지 말자'는 다짐으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2.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린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부터 변미래는 가장 역할을 대신 해왔다. '뭐든지 다 하며 살면 뭐라도 된다'는 좌우명으로 엄마를 위한 '원더우먼'이 되기 위해 출근길에 오른다.

정려원에 이어 정소민, 손나은까지. 최근 몇 달간 방송된 TV 드라마 중 'K-장녀' 여자주인공만 셋이다.

14일 방송가에 따르면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첫째 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tvN 멜로 드라마 '졸업'은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린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아빠를 부양하며 동생 공부를 뒷바라지했던 여자 주인공 서혜진(정려원 분)을 내세워 장녀의 부담감을 은근하게 담아냈다면, 현재 방송 중인 tvN '엄마친구아들'과 JTBC '가족X멜로'는 보다 직접적으로 장녀의 애환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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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엄마친구아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엄마친구아들'의 주인공 배석류(정소민)는 맨몸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글로벌 대기업에 입사한 이른바 '엄친딸'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백수 신세지만, 철딱서니 없는 동생 배동진(이승협)을 보면 부아가 끓어오르고, 그런 동생을 감싸고 도는 엄마를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설움이 복받친다.

참고 참던 배석류는 8화에서 결국 자신에게만 엄격하게 구는 부모님에게 "왜 나한테만 기준이 다르냐"며 울분을 토하는데, 10분 분량에 달하는 영상 클립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4만4천회를 기록하고 있다. '첫째라서 서럽고 공감된다', '우리 집 같아서 보는데 속 터진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정소민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석류는 K-장녀라는 점이 특징인데 저도 남동생이 있고 석류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장녀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무거워져서 부채를 짊어진 것처럼 느끼는 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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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가족X멜로'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가족X멜로' 속 변미래(손나은)도 어엿한 K-장녀다.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무겁게 짊어진 캐릭터다.

대형마트 냉동식품팀에서 일하는 변미래는 집 나간 아빠를 대신해 월세와 카드값을 부담하고, 그 와중에 용돈 올려 달라는 동생의 학점을 걱정하며 가장 노릇을 해왔다.

사채를 쓰다가 엄마 가게에 집까지 말아먹은 아빠가 11년 만에 수십억대 졸부가 돼서 나타나자, 변미래는 "이 집안의 가장은 나"라며 그로부터 가족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참 잘해 왔다. 고생 많았다. 인제 그만 힘 좀 빼고 살아라"는 아빠의 말 한마디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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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가족X멜로'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작발표회에서 손나은은 이런 변미래를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인물"이라며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된 미래는 언제나 자신보다 가족이 우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점점 단단해진다"고 귀띔했다.

배석류와 변미래는 둘 다 효의 정신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아온 한국인, 그중에서도 맏딸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일찍 성숙해진 캐릭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다양한 여성 서사 드라마들이 만들어지는 흐름 속에서 K-장녀의 특징을 부각한 드라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며 "이런 드라마들은 첫째들이 가진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하는 삶의 자세를 주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나보다 남을 우선시하던 주인공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 서사가 장남, 장녀뿐 아니라 다양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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