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 VIP시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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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칼럼니스트] 2010년 인문학 서적으로는 유별날 정도로 과한 인기와 열풍을 얻은 서적이 바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다. 그 해, 국내에서만 120만부가 넘게 팔렸다. 아이러니한 건, 정의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많은 독자들이 책을 찾은 반면, 마이클 샌델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정의가 무엇인지 오히려 우리에게 되물었다.
그 이후 정의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중요한 화두로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공정사회를 강조했고 누군가는 정의로운 결과가 무엇인지 언급했고 누군가는 공정과 상식을 제시하며 대중의 욕구와 분노에 응답하며 권력을 잡았지만 속 시원히 국민의 응어리가 풀린 적은 없었다. 2015년 영화 <베테랑>은 그 응어리를 푼 도화선이었다.
재벌 권력의 상징으로 비춰진 조태오(유아인)을 단죄하는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스토리가 담긴 <베테랑>은 1,341만 관객을 동원, 2015년 영화계 흥행 1위에 올랐다. 영화계만 파급효과를 몰고 온 것도 아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재벌 권력의 비리와 단죄를 묻기 시작했고 몰상식한 자본가의 만행이 속속 공개됐다.
사실, 배급사 CJ 입장에서 <베테랑>은 킬러 콘텐츠는 아니었다. 2014년 개봉에서 2015년으로 개봉이 미뤄지는 우여곡절도 겪었고 그 사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지며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도 내부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재벌 권력의 만행이 끊이지 않던 한국 사회에서 <베테랑>이 주는 폭발력은 엄청날 것이란 배급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영화 '베테랑2' 포스터 / 사진=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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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류승완 감독은 2015년 9월, <베테랑2> 제작을 언급하며 서도철 형사가 또 다른 거악에 맞서는 스토리를 기대해달라고 얘기했다. 당시 그는 1편이 재벌을 대상으로 했으니 2편에서는 뉴스앵커 출신으로 정치에 뜻을 품은 악당(빌런)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속편 제작에 3년의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달라고 답변했다.
즉, 베테랑 유니버스는 서도철 형사가 경찰이라는 소속기관이 감당하기에 벅찬 권력에 계속 저항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평범한 대중과 국민 입장에서 절대권력의 폐부를 찌르는 것만큼 통쾌한 사이다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사이 2017년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가 <베테랑>이 주는 통쾌한 사이다를 완벽히 대체했다.
<범죄도시>가 2편에서 4편까지 1,000만을 넘었던 이유는 대중의 응어리와 분노, 답답함이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주먹 한방에 통쾌하게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 드라마에서 다크히어로가 연이어 등장했고 SBS <모범택시> 등이 대중의 답답함을 해소하는데 기여했지만 마동석은 공권력이란 정당성으로 응징했기에 통쾌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베테랑2>가 통쾌함에서 비판적 고찰로 방향을 바꾼 건 그래서 영리하다. 앵커출신 정치인 등의 소재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그들을 응징한다고 국내 정치권 문화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크히어로가 쏟아지는 시점 그리고 법망이 너무나 허술한 시점에서 <베테랑2>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 정의라는 건 진짜 무엇인가요?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고 끝내 해답을 주진 않았다. 서적은 호불호로 이어졌고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렸다. 14년이 흐른 2024년, 영화 <베테랑2> 역시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대중에게 질문을 던졌고 해답을 주진 않았다. 영화에 관한 관객 그리고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현재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배우는 기존 유니버스의 확장이라는 손쉬운 길 대신 새로운 유니버스의 확장이라는 실험정신을 선택했다. 대중성을 내려놓고 사회성에 집중하는 건 모험이라기보다 혁신적인 탐험적 시도로 봐야 한다. 어쩌면 이번엔 <정의란 무엇인가> 도서보다 더 많이 더 넓게 그리고 더 빨리 대중이 정의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것 같다.
<베테랑2>의 가치와 기여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진짜 베테랑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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