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나름 마니아층을 확보하면서 명맥을 잇고 있다. 자신감을 얻었는지 모토로라는 새 먹거리인 AI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이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모토로라가 AI폰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사진=모토로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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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브랜드 '모토로라'를 기억하는가. 2004년 출시한 이 제품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과감한 색상으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까지 총 1억3000만대가 팔리며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별 볼 일 없는 후속작을 내놓은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모회사였던 구글은 2014년 29억1000만 달러(약 3조100억원)를 받고 중국 기업 레노버에 모토로라를 넘겼다.
■ 추억팔이 그 이상=모토로라는 2019년 신제품으로 반전을 꾀하려 했다. 그해 11월 13일 '레이저 2019'를 공개했는데, 단순한 '추억팔이'는 아니었다. 모토로라의 전통적인 폴더블폰 디자인에 당시 스마트폰의 최신 트렌드였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목했다. 옛 감성에 최신 기술을 더한 '뉴트로(Newtro)'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게 모토로라의 노림수였다.
업계에선 모토로라의 야심찬 도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이른바 '복고폰'들이 복귀전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셨기 때문이었다. 스카이(팬텍), 블랙베리 등이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건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기간 출하량도 470만대(2022년)에서 지난해 640만대로 36.1%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출하량 4890만→4370만대), 애플(3620만→3470만대)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출하량이 줄줄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레이저40 울트라가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건 가성비 덕분이다. 폴더블폰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제품 가격대가 140만~220만원대인 반면, 출시 당시 모토로라40 울트라의 가격은 프로모션을 적용해 99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는 129만9000원이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제품보다 저렴한 편이다. 소비자들이 모토로라 브랜드를 기억하고 제품을 '픽'한 것도 판매량 증가에 한몫했다. 옛것에 최신 기술을 입혀 승부를 보겠다는 모토로라의 뉴트로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셈이다.
[사진=모토로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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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폰에서도 통할까=모토로라는 이 기세를 몰아 인공지능(AI)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자사의 첫 AI폰 '레이저 50'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3.6인치와 4인치 디스플레이 등 2종으로 구성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모토 AI'와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동시에 탑재했다는 게 이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다.
특히 모토로라는 겉면 전체를 뒤덮는 외부 디스플레이에서 제미나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스마트폰이 접혀 있는 상태에서도 제미나이를 불러내 다양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카메라에서도 AI 기능이 빛을 발한다. 모토 AI와 구글 포토 AI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편집하고 보정할 수 있다.
관건은 모토로라가 AI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에 출시한 갤럭시S24에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AI를 작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 2분기 AI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를 기록해 애플(16.0%)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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