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 이만우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규 한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김승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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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되면 게임 이용자들이 질병 환자로 낙인찍혀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함께 게임업 종사자들도 불필요한 비판을 받는 등 전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게임 중독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 마련을 위해 질병코드 등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4개 의원실(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강유정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전진숙 의원)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를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는 WHO가 2019년 국제표준질병분류(ICD-11)를 통해 게임이용장애를 마약·알코올·담배 중독처럼 '질환'으로 분류, 질병코드를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그간 게임이용장애를 국내 질병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콘텐츠 산업의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날 이영민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국가 표준분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WHO도 권고 사항임을 명시한 만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질병코드 도입 시 단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 전체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게임 이용자는 자신을 질병 환자로 인식해 불필요한 죄책감을 유발하고 모든 게임 이용자들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게임 개발자나 산업 종사자들이 오해나 불필요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질병코드 도입 시 과도한 의료화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박 센터장은 "모든 과도한 게임 이용이 질병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실제로 게임 중독이 아닌, 단순한 일시적 과몰입이나 다른 문제의 증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료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도 "표면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에만 근거해 게임을 문제의 원인으로 정해 질병코드를 등록하면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거나 치료의 기회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며 "과잉 의료화, 정책적·사회적으로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찬성 입장에 선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에 취약한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안전장치가 적절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과하게 게임을 이용하는 데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보건 의료체계라고 생각한다. 질병코드 등재가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한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게임에 과몰입해 학교에 안 가거나 직업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게임이용장애는 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게임을 병적으로 많이 하는 사람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질병코드 도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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