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계 백인과 차별화' 돌풍 당선됐지만
25명 무고하게 살해한 국가범죄 직접 연루
'가족 정책 명목' 원주민 27만 명 강제 불임
반인권적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았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사망했다. 향년 86세.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이자 페루 야당인 민중권력당(FP) 대표인 케이코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고 밝혔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 정치계 '이단아'였다. 1984년 페루 라몰리나 농업대학 총장을 지냈던 그는 1990년 대선에 돌연 출마해 당선됐다. 트랙터를 타고 전국 농지를 누비며 '스페인계 백인 정치인'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였다.
25명 무고하게 살해한 국가범죄 직접 연루
'가족 정책 명목' 원주민 27만 명 강제 불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2014년 2월 수도 리마의 한 법정에서 자신의 사면과 관련한 재판에 참석했다. 리마=AFP 연합뉴스 |
반인권적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았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사망했다. 향년 86세.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이자 페루 야당인 민중권력당(FP) 대표인 케이코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고 밝혔다.
트랙터 타고 농지 누빈 '이단아'
알베르토 후지모리(앞에서 셋째 줄 왼쪽 첫 번째) 전 페루 대통령이 1995년 에콰도르 국경 인근에서 정부군 병사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페루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
1938년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 정치계 '이단아'였다. 1984년 페루 라몰리나 농업대학 총장을 지냈던 그는 1990년 대선에 돌연 출마해 당선됐다. 트랙터를 타고 전국 농지를 누비며 '스페인계 백인 정치인'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였다.
취임 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강도 높은 국영 산업 민영화 및 반(反)체제 게릴라 축출 정책을 폈다. 이 정책 평가는 논쟁적이다. 로이터통신은 '경제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했지만, AP는 '후지모리 재임 기간 연간 물가상승률은 8,000%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반군 탄압 관련 인권 침해 사례도 수두룩하다.
결국 발목 잡은 권력…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2016년 3월 리마의 한 병원에서 신경 검사를 받은 뒤 감옥으로 후송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리마=로이터 연합뉴스 |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군사력 동원을 포함한 의회·사법 탄압, 개헌, 대선 당선을 통해 5년 단임제 임기를 3선까지 이어갔다. 그러나 2000년 3선 성공 직후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체포 직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최소 25명을 무고하게 살해했던 국가 범죄를 지시했고, 가족 정책 명목으로 여성 원주민 27만 명에게 강제 불임을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재기를 꿈꾸며 2005년 페루로 복귀하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칠레에서 체포됐다. 2009년에는 페루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설암 등으로 옥중 투병을 하던 그는 각종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에야 최종적으로 사면됐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