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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페루 대통령 지낸 알베르토 후지모리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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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계 페루 대통령이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2006년 칠레 산티아고의 자택에서 언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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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페루 대통령에 오른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86살의 나이로 숨졌다고 외신들이 11일(현지시각) 전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오랜 암 투병 끝에 방금 주님을 만나러 떠났다”며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우리와 함께 그의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적었다.



그의 주치의는 짧은 성명을 통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몸에 새 악성 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받는 등 최근 암 투병을 해왔다”고 밝혔다.



후지모리는 대통령 재임 기간(1990~2000년) 경제 안정과 반군 소탕 등 치적과 함께 각종 인권침해와 부패를 저질렀다는 얼룩진 평가를 남겼다.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수도 리마의 농업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그는 페루로 돌아온 뒤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기를 누리다가 1989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후지모리는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한 뒤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초인플레이션을 잡으며 경제를 안정시키고 반군 게릴라 ‘빛나는 길’의 지도자를 체포하는 성과를 올려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야당을 탄압하는 등 권력 남용과 부패 등 독재자의 면모도 드러냈다. 그의 부인 수사나 히구치는 1990년대 초 후지모리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그와 이혼했다.



후지모리는 2000년 3선에 도전해 당선됐다. 그러나 그해 말 그의 오른팔이었던 국가정보국장이 야당 의원에게 뇌물을 건네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곧바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다.



그는 연루 사실을 부인했으나, 잇따른 관련 영상의 추가 공개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그해 11월 일본 방문 중 갑작스럽게 팩스로 대통령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한동안 일본에 머물다 2005년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이웃 나라 칠레에 입국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2년 뒤 페루로 인도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페루의 특별재판소는 2009년 그가 민간인 학살의 책임이 있는 특수부대의 활동을 승인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25년 형을 선고했다.



그 밖에 그는 국고 횡령과 야당인사 및 언론인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 등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2017년 12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를 사면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강력한 시위가 일어나, 이듬해 법원의 사면 취소 판결로 다시 수감되었다가, 지난해 12월 고령 등을 이유로 석방되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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