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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받은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향년 86세로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AP통신이 유족의 말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후지모리의 딸이자 페루 야당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나 수학과 교수와 대학 총장을 지내다 1990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명 작가로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후지모리는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자신의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과 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10년 징역 25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2016년 재판에 참석한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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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페루 검찰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 범죄와 관련한 사망자는 최소 25명이라고 적시했습니다.
2017년 12월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는데, 이는 탄핵 위기에 몰렸던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자진 사임으로 이어지는 '탄핵 반대표 매수 파문'을 낳기도 했습니다.
페루 법원은 이후 2018년 10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재는 다시 2022년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페루 정부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고령에 병까지 얻은 후지모리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비롯한 법정 투쟁 끝에 결국 지난해 12월 석방됐습니다.
그는 호흡기·신경계 질환에 더해 설암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후지모리는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27만 명의 여성 원주민을 상대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불임 수술을 자행한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고, 집권 기간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정적'을 불법으로 사찰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AP는 "케이코 대표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26년 대통령 재출마 계획이 있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며 "후지모리는 지난 4일 휠체어를 타고 개인 병원을 떠나는 게 마지막 공개 활동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그는 '대선 출마 준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두고 봅시다"라고 답했다고 엘코메르시오는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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