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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정선희 “故 안재환 죽음에 가해자 됐다...슬퍼할 권리도 박탈 당해”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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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정선희가 사별한 남편 故 안재환을 떠나보낸 후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에 개그우먼 정선희 |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결혼을 통해 아빠에게 받지 못한 평화를 온전히 찾고 싶었다”고 당시에 대해 언급한 정선희는 “평화로운 가정을 영위하면서 ‘내가 받지 못한 것을 다 받을거야’라고 생각했다.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며 지난 시간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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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에 개그우먼 정선희 |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 사진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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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는 결혼했던 당시에 대해 “결혼 후 한 사람의 영혼을 내 인생에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이 사람(故 안재환)이 살아온 발자취가 내게 모두 오는 거다. 이 사람의 가족까지 모두 오는구나 했었다. 그렇기에 어려움과 환경적인 차이가 있어도 그게 극복 못할 대상이겠나 싶었는데 모르던 부분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더라”며 “남편(故 안재환)이 금전 문제로 엄청 우울함을 느꼈다. 다른 것보다 그 금전 문제가 성큼성큼 그를 갉아먹고 있었는데 사실 몰랐다. 왜냐면 내가 일이 너무 바빴다”고 회상했다.

“결혼 10개월 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말한 정선희는 “처음 든 생각은 ‘현실 부정’이었다. ‘에이 말도 안 돼.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고 생각했다. 실종신고를 안 했던 것도 당연히 (집에) 올 거라고 여겼다. 돈이 마련되지 않아서 조금 불화가 있었고, 그대 ‘내가 돈 있는데도 빌려주지 않았다고 오해한 건가?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 복수하는 건가?’ 싶었다. 유치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실종 시고를 안 한 이유는 연예인이기 겪을 타격때문이었다. 남편도 당시 사업을 하고 있으니 내가 숨겨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겠다. 내가 바가지를 있는 대로 긁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지, 사망 소식과 함께 돌아올 줄 몰랐다”며 “현실부정 다음에는 죄책감이었다. ‘내가 이렇게 했기 때문일까’ ‘내가 안 된다고 해서 일까’ ‘내가 돈을 마련해주지 않아서인가’ ‘내가 조금 쌀쌀 맞게 말해서인가’ 등 내 모든 행동에 대해 복기하게 되더라”고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정선희는 “‘어디서부터 단초가 잘못돼서 남편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로 인한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은 피를 말린다. (남편의) 선택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어느 날은 문득 이 사람이 사라졌다는 상실감까지 오더라”고 말했다.

“결혼 10개월이면 한참 배우자를 사랑할 시기”라고 설명한 정선희는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사랑한다는 근본적인 마음이 지배할 때다. 보고 싶음과 슬픔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던 와중에, 누군가 슬슬 십자가에 못 박을 대상을 찾고, 그게 나였다”며 “‘쟤가 입을 잘못 놀려서야’ ‘쟤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야’ ‘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둘이 같이 납치됐는데 쟤만 돈 주고 풀려 난거야’ 등의 유언비어가 쏟아졌고, 실제 기사로 보도됐다. 지금보다도 상도(보도준칙, 윤리강령)가 없을 아비규환이었을 때였다”고 당시 느꼈던 심경에 대해 소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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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유튜브 채널 ‘들어볼까’에 개그우먼 정선희 |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 사진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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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만 같았다고 말한 정선희는 “사정을 빤히 아는 사람도 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 같았다. 참고인 진술이 아니라 마치 가해자 선상에서 취조당하는 느낌이었다”며 “슬퍼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유족인데 마땅한 권리(슬퍼할 시간)조차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故 안재환) 가족에게 무언가를 해명해야 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신앙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신이 날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바닥까지 떨어졌던 심경을 드러낸 정선희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게 날 해치는 거였다. ‘당신(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버린 딸을 철저하게 망가트려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건 살려달라는 신호였다. 나 좀 봐주고 안아주고 나 좀 도와달라는 신호였다”며 “너무 외롭고 쓸쓸했다. 가족, 친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편인 사람들 신경 쓸 시간도 없었다. 어제까지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정선희는 어쩜 저렇게 무서운 여자일 수 있을까’라고 했다. ‘어떻게 남편이 죽었는데 뻔뻔하게 방송을 7개월 만에 복귀해 라디오에서 깔깔 거리면서 웃을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 아냐’ ‘정선희 무서워 소름 돋아’ ‘정선희가 죽었으면 좋겠어’ 등의 악성 댓글을 거의 90%이상을 지배할 때였다”고 말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한편 정선희의 남편인 故 안재환은 2008년 9월 8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향년 36세. 당시 현장에서 유서를 발견한 경찰은 고인이 생전 막대한 빚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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