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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방’ 열고 ‘공유 킥보드’ 손놓은 지자체…시민들 “우리가 알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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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방’ 열고 ‘공유 킥보드’ 손놓은 지자체…시민들 “우리가 알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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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의 인도에 전동킥보드가 무단으로 방치돼 있다. 방치된 킥보드 약 20m 뒤에 안산시가 설치한 전용주차구역(빨간 원)의 모습이 보인다. 이준희 기자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의 인도에 전동킥보드가 무단으로 방치돼 있다. 방치된 킥보드 약 20m 뒤에 안산시가 설치한 전용주차구역(빨간 원)의 모습이 보인다. 이준희 기자


“널브러진 킥보드를 친절하게 사진까지 찍어서 장소도 알려드리고 치워주십사 부탁해야 하나요?”



경기도 고양시 도로정책과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공유 전동킥보드, 공유 자전거 불편 민원 신고방’에 올라온 한 시민의 글이다. 이곳 채팅방에는 하루에도 몇개씩 인도 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 주로 인도를 가로막고 있거나 사유지에 놓여 있는 킥보드들이다. 킥보드 여러 대가 방치돼 있어 횡단보도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시, 광명시, 광주시, 성남시, 용인시, 평택시 등에서 이런 채팅방을 운영한다. 무단방치 전동킥보드에 대한 신고 편의성을 높이고 민원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취지지만,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시민들이 발견 일시, 위치, 업체명, 기기 방치 관련 상황, 큐아르(QR) 코드가 포함된 현장 사진까지 정리해서 올려야 하는 등 신고 양식이 복잡한데다, 업체가 해야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은 신고를 왜 내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민들을 공짜 알바(아르바이트)로 쓰는 건가요” 같은 의문이 하루에도 몇번씩 채팅방에 올라오는 이유다.



각 지자체 전동 킥보드 신고 관련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시민들의 불만. 오픈채팅방 갈무리

각 지자체 전동 킥보드 신고 관련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시민들의 불만. 오픈채팅방 갈무리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불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무단방치된 전동킥보드에 과태료 등을 물릴 법적 근거가 없고, 전동킥보드 업체는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지자체의 허가 등을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민신문고나 콜센터보다 접근성이 좋은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방치된 킥보드를 무단주차한 것으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됐다”며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평택시 관계자도 “‘사용하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는 식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다만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등 그 이상의 단속은 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업체와 간담회 등을 가지며 각종 요구를 하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와 분기별로 간담회를 열고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하지 않냐’고 여러 요구를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이행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에서 전용 주차구역을 280곳 이상을 설치하니 ‘업체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견인 등에 대한 불만만 계속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 조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과태료 대신 견인비를 물리기도 한다. 고양시는 지난 8월부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포함한 차도 위 △횡단보도 진출입로 △지하철역 출입구 △횡단보도 등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적발할 경우 업체에 수거를 요청한 뒤, 1시간 뒤에도 이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로 견인하고 견인비 3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파주시도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해 견인비 1만5천원을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는 6월부터 견인비에 보관비까지 더해 최대 54만원을 이용자에게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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