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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페이백 물품 측근 몰아주고 직장 갑질… 탄로난 ‘비리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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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결과 발표

김택규 회장·측근들 협회 사유화

수십억대 수의계약 보조금법 위반

임직원 운영 회계 법인과 거래도

선수 몰래 ‘경기력 성과비’도 없애

非국대 국제대회 출전 제한 폐지

지도자 지시 복종 규정 폐지 권고

국회선 축구協 감독 선임 검증 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민낯은 그야말로 ‘비리 종합 세트’였다. 김택규 회장 등 임원들이 입맛대로 협회를 사유화하는 동안, 국가대표 선수단은 강행군 속에서도 불합리한 조처들을 견뎌야 했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 올림픽 폐막 이후 지난달 12일부터 조사단을 꾸린 문체부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왔다. 안세영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일상으로 돌아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종 결과 발표 전 중간 브리핑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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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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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중간 조사 발표에선 배드민턴협회 수뇌부의 비위 사실이 곳곳에서 적발됐다. 김 회장이 협회 후원 물품 일부를 돌려받아 제멋대로 사용하는 ‘페이백 의혹’을 비롯해 △수십억원의 물품 수의계약 구매 △협회 임원 업체에 수수료 지급 △일부 임원 협회 ‘성공보수’ 수령 등이다.

특히 김 회장은 후원사인 요넥스로부터 추가 물품을 페이백 방식으로 받아 임의로 사용한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2023년엔 총 8억8000만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면서 1억5000만원의 용품을 챙겼다. 김 회장과 그의 측근인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은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사에 요구해 구두계약으로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엔 1억4000만원 상당의 용품을 서면 계약을 통해 추가로 받았다. 이 사업들은 문체부가 대한체육회를 통해 각 종목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2022년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운영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뒤 매년 약 40억원을 문체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김 회장은 이렇게 페이백으로 받은 용품을 지역들에 임의로 차등 배분했다. 지난해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소속된 태안군배드민턴협회에만 전체 페이백용품의 약 27%(약 4000만원)를 전달했다. 반면 경남 지역 협회는 불과 2만7000원어치 물품을 지급했다. 김 회장의 페이백 물품 ‘측근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배드민턴협회는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분하고, 사업의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에 일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이런 문제가 (다른 종목에도) 많다면, 문체부가 종목 단체에 직접 보조금을 교부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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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의혹을 받는 김 회장은 수사 기관에도 고발됐다. 문체부는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협회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갑질’ 논란도 일었다. 이와 관련해 노무법인이 협회 직원과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또 배드민턴협회는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고보조금 운영관리지침’을 위반했다.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과 2021년부터 거래하며 약 1600만원을 지급한 것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후원 업체 요넥스와 총 26억원어치 용품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보조금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협회 정관에 따라 임원은 무보수직이지만, 일부 임원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유치금의 10%를 인센티브 명목으로 받아 성공보수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국가대표 선수단 운영에서도 선수들을 위한 혜택을 축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요넥스가 아닌 다른 업체가 협회 후원사였던 2017년 전체 후원금의 20%를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는 ‘경기력 성과비’를 제공하는 규정이 존재했으나, 협회는 2021년 6월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는 선수들도 몰랐던 사실이다. 문체부는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금액이 어디로 향했는지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 중이다.

안세영을 포함한 국가대표 22명의 의견을 청취한 문체부는 협회의 선수단 관리 문제도 지적했다. 우선 협회의 일방적인 후원용품 사용 강제 조처가 불합리하다고 봤다. 문체부는 라켓, 운동화 등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용품은 선수 본인의 선택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후원사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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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체부는 9월 말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를 포함한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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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을 놓고선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폐지를 추진한다. 배드민턴협회는 국제대회 출전 요건을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 이상 및 남자 28세, 여자 27세 이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안세영이 “7년간 빨래를 했다”며 토로했던 선수촌 내 수직적 생활과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 같은 상명하복식 협회 규정에 대해서도 폐지를 권고했다.

이외에도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방식(현재 복식 경기력 70%, 평가위원 점수 30%)을 마련하고, 학력에 따른 연봉 상한 차별(고졸 5000만원, 대졸 6000만원) 철폐 및 과도한 계약 기간(고졸 7년, 대졸 5년) 단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운영하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이날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적절했는지 국회에서 공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홍 감독 선임과 관련된 (축구협회) 내부 제보를 받아 관련 자료를 수집·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관련 내용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한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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