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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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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이 촉발한 몬테네그로 대통령-총리 갈등... '친러 vs 친EU' 노선 두고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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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총리, '권도형 모른다' 발뺌해 신뢰 훼손"
언론 인터뷰서 총리에게 누적돼 온 불만 쏟아내
주러시아 대사에 '친러 인사' 내정 두고도 대립
한국일보

밀로코 스파이치 몬테네그로 총리가 지난 4월 29일 독일 베를린의 총리실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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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에서 현직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발단은 현재 이 나라에 구금돼 있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33)씨와 현직 총리의 '특수 관계' 정황이었는데, 이제는 친(親)러시아 성향 인사의 외교관 기용 문제를 두고 공공연한 대립마저 빚고 있다.

대통령, 총리 겨냥해 작심 비판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야코브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지난 7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와의 관계를 진실되게 설명하지 못해 신뢰가 훼손됐다"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권씨가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됐을 당시, 스파이치 총리는 내게 '그 사람을 모른다'고 말했다"며 "그날 당 회의가 있어 정확히 기억하는데, 현재 장관이 된 10명 앞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스파이치 총리의 발언은 거짓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권씨는 작년 6월 "내가 스파이치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고 폭로했다. 올해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테라폼랩스 관련 문건에서도 스파이치 총리는 2018년 개인 자격으로 테라폼랩스에 자금을 댄 것으로 나타났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의 인터뷰 언급은 스파이치 총리에 대해 누적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권씨 사건과 별개로, 유럽연합(EU)과 러시아를 둘러싼 외교 노선을 두고도 두 사람은 불협화음을 빚어 왔다. 의원내각제인 몬테네그로에서 국정 책임자는 총리지만,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통령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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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씨가 지난해 3월 24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포드고리차=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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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EU의 줄다리기, 발칸 소국 갈라놓다"


가장 눈에 띄는 대립은 주러시아 대사 임명 문제다. 지난 3월 스파이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온 밀로스 라디노비치를 주러시아 대사로 내정했는데,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최근 그의 임명 승인을 거부했다. 라디노비치가 러시아 이중국적자라는 이유였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스파이치가 이끄는 정부는 다시 친러시아 성향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파이치 총리의 측근들은 "대통령이 선출된 정부를 깎아내리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초 두 사람은 '친서방' 목표 아래 2022년 6월 손을 잡고 '지금 유럽'을 함께 창당한 '정치적 동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스파이치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친러시아 성향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실제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올해 2월 '지금 유럽'을 탈당했으며, 스파이치 총리가 지난 7월 발표한 내각 개편 구상에는 친러시아·친세르비아 정당의 지도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NYT는 "러시아와 유럽의 줄다리기가 발칸의 작은 나라를 갈라놓았다"며 "옛 정치적 동지들 간 불화로 EU 가입·친러시아 세력 억제를 꾀했던 몬테네그로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짚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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