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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강제노역 시달리다 해부용 시신으로…37년 만의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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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의 형제복지원처럼 1970년대, 80년대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이 이뤄진 부랑인 수용시설 4곳의 실상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한 수용자의 시신을 해부용으로 보내거나 시설에서 아이를 낳으면 친권을 포기하라고 강요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정준호 기자입니다.

<기자>

66살 A 씨에게 1973년은 악몽입니다.

15살의 나이에 대구역 대합실에서 시청 직원에 이끌려 부랑인수용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 입소했습니다.

이후 23년간 다른 수용시설 4곳으로 옮겨져 수용돼 강제 노역을 해야만 했습니다.

[A 씨/부랑인 수용시설 피해자 : '가긴 어딜 가. 여기 있어!' 그런다고. 도망가는 것은 꿈도 못 꾸었어요. 연락도 못 해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전국의 부랑인 수용시설 4곳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A 씨 등 수용자 13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수용시설들은 부산 형제복지원처럼 정부 시책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한 시설에 많게는 2천 명 가까이 수용됐습니다.

수용자들은 사회정화 명목으로 강제 연행된 뒤 무급노동과 구타, 독방 수감 등의 피해를 입은 걸로 조사됐습니다.

[A 씨/부랑인 수용시설 피해자 : 흙이 무너져 내려 사람들이 매장당해 죽는 일도 있었고 시설에서 죽은 사람을 백 명 정도는 본 것 같습니다.]

서울시립갱생원에선 1980년 한해에만 262명의 수용자가 사망했고, 대전 성지원에서는 11년간 117구의 시신이 의과대학에 해부실습용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설에서 아이를 낳으면 입양을 위해 친권 포기를 강요받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위원회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피해회복 조치 마련 등을 국가에 권고했습니다.

[하금철/진실화해위 조사관 : 개별적인 소송 없이도 충분한 배상을 받고, 정부가 특별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합니다.)]

부산형제복지원은 1987년 실상이 폭로됐지만 당시 이들 4개 시설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37년 만에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윤태호)

정준호 기자 junho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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