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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이로 어느덧 불혹이지만, 대한항공의 세터 한선수는 여전히 V리그 넘버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대한항공의 통합우승 4연패의 원동력에는 한선수와 그의 뒤를 받치는 1985년생 동갑내기 세터인 유광우가 있기에 기복없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명문 베로 발리 몬차의 마시모 에켈레의 눈에도 한선수의 경기력은 비범해보였나보다. 에켈레 감독이 대한항공과 팀 KOVO와의 2연전을 마치고 유럽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로 한선수를 꼽아 눈길을 끈다.
팀 KOVO 올스타는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 한국·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매치 베로 발리 몬차를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8) 완승을 거뒀다. 전날 대항항공을 상대로 1-3으로 패했던 몬차는 이날 또 한 번 한번 고개를 숙였다.
몬차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수페르레가, 이탈리아 컵대회, 유럽배구연맹(CEV) 챌린지컵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특히 브라질 국가대표 세터 페르난두 크렐링(28), 2024 파리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차지하고 대회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선정된 테일러 에이브릴(32)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뛰고 있는 팀이다.
몬차의 방한은 이우진(19)의 존재 덕분에 성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우진은 지난해 고교 졸업 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리그로 직행했다. 지난해엔 연습생 신분이었지만, 이우진은 올해 3월 2년 정식 계약을 맺었다. 몬차 선수로 치른 데뷔전이 이번 슈퍼매치 2연전이었다.
2연전을 마친 뒤 에켈리 감독은 “아쉽다. 1985년생의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후안토레나가 아직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주요 선수들이 뛰지 못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라면서 “시즌 전이라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않았다. 또 연이틀 경기라 피곤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총평했다.
에켈리 감독은 “한국 배구에 대해서 그간 잘 알지 못했지만, 2연전을 치르면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오늘은 수비나 서브, 블로킹 모두 인상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2연전을 치르면서 몬차로 데려가고 싶거나 유럽리그에서 통할만한 인상 깊은 선수가 있었느냐고 묻자 에켈리 감독은 이름은 기억하진 못했지만, 포지션으로 선수들을 꼽았다. 그는 “선수 이름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어제 대한항공엔 세터와 아웃사이드 히터, 오늘은 리베로가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세터는 한선수를 의미했다. 한선수의 능수능란한 경기운영과 공격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토스워크가 이탈리아 명장 눈에도 비범해보였다는 얘기다. 이쯤이면 불혹의 나이에 유럽리그에 진출해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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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켈리 감독은 소속팀 선수인 이우진에 대해서도 “이탈리아에 오는 것을 결정하기 어려웠을텐데 잘 적응하고 있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선수인지 가능성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몬차에서 잠재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그간 한국 배구 선수들은 고교 졸업 혹은 대학 졸업 후 V리그로 직행하는 길밖에 없었다. 이번 슈퍼매치 2연전을 통해서 이우진처럼 선진리그에서 기량을 키우겠다는 각오와 포부만 있다면 V리그 직행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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