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자산운용 새출발 1년…"행동주의 계속하지만 눈에 안 띌뿐"
"액티브 펀드, 저평가 기업에 유동성 공급·가격 발견 기능 수행"
"공모펀드 상장, ETF 대비 경쟁력·차별성 확보 고민하며 준비"
(서울=연합뉴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가 지난 5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9.9 [KCGI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nora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난해 8월, KCGI자산운용은 간판을 바꿔 달자마자 현대엘리베이터[017800]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첫 주주관여 활동이었다.
1년여가 흐른 지난 5일 여의도 KCGI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는 '예전만큼 행동주의 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에 "친화적인 주주관여를 통해 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과는 달리 언론에는 언급이 많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행동주의는 여전히 핵심 전략이라고 답했다.
액티브 공모펀드의 순기능을 강조한 그는 하반기 주식시장 리스크가 산적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좋은 기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목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입문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간판 펀드들을 운용했다.
다음은 목 대표와의 일문일답.
-- 새 출발한 지 1년이 됐다. CIO로서 지난 1년간 가장 잘한 점과 아쉬운 점 하나씩을 꼽는다면.
▲ 투자 수익률 개선을 위해 투자 원칙과 전략들을 구축했고 체계적인 투자프로세스를 확립했던 점이 가장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모두 동일한 원칙이나 전략은 공유할 수 있지만 리스크, 기대수익, 투자기간이 각기 달라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달라야 한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서 개선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자산운용사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은 인력인데 우수한 분들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다. 인수 이후 인력 유출도 조금 있었다. 또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자 노력했는데 그게 생각보다는 빠르게 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유산인 셈인데, 우리 상품은 주식형이 많다. 글로벌 주식, 채권으로 상품구성이 다양해지려면 양질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 시장의 눈길을 끌었던 건 행동주의 전략이었다. 사명 변경 직후 현대엘리베이터에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요구했고, 곧바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KCGI ESG동반성장펀드'를 출시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 이후 두드러진 행동주의 전략은 보이지 않았고 예상만큼 활발하진 않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KCGI ESG동반성장펀드'에는 15∼20개 기업들이 있는데 정기적으로 회사를 방문하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에 하고 있었던 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계속하고 있지만 언론 매체를 통한 충돌을 하진 않아 예전보다 소극적으로 보이는 면은 있을 거다. 또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많은 운용사와 투자자들이 주주관여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우리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게 아닐까 한다. 물론 지금도 지속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하고 있고, 지배구조를 비롯한 ESG 개선은 핵심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
-- 5월에 'KCGI 미국S&P500TOP10' ETF를 상장했다. 인수 이후 첫 ETF였는데 경쟁이 치열한 ETF 시장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 다른 대형 운용사처럼 ETF 시장에서 경쟁할 순 없을 것 같다. 차별점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액티브 종합자산운용사다. ETF가 패시브가 주력이라면 우리는 액티브 운용을 생각하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액티브 ETF 쪽으로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으로) 공모펀드를 ETF처럼 상장시키게 되면, 향후 액티브 ETF 운용에 있어 지수 연동, 상관계수 제약 요건이 많이 완화된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가 액티브 운용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작년 말 액티브 ETF 순자산이 38조원 정도 됐는데 상관계수 문제로 패시브와의 차별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패시브는 지수와 상관관계가 0.9, 액티브는 0.7 이상이어야 하지만 향후 나오는 건 상관계수 0도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반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를 추진하면서, 액티브 ETF 대비 어떤 경쟁력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준비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가 지난 5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9.9 [KCGI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norae@yna.co.kr |
-- 한국에서 공모펀드 시장 침체는 오래된 현상이고 미국도 소위 MZ세대가 ETF를 선호하고 뮤추얼펀드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ETF가 따라올 수 없는 공모펀드만의 장점은.
▲ ETF는 하나의 투자전략에 기반해 상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원칙을 복제해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인덱스와 섹터, 테마 등 너무 많은 상품들이 나와 선택의 폭은 넓어졌는데 모아놓고 보면 시장 평균에 수렴한다.
반면 액티브 ETF는 시장 평균 이상을 추구한다. 저평가돼있거나 미래 대형주가 될 종목을 찾아서 집중투자 하는 것이다. 또 주가가 급락했을 때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고, 회사의 전략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 같은 경우 S&P500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20% 정도가 행동주의 성격을 띤다고 한다.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액티브 펀드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다.
일반인은 시장에 투자하는 게 맞지만, 전문가는 보다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필요할 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균형감을 갖춘 시장이 될 거다. 시장이 한쪽으로만 쏠리면 변동성만 커지고 그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액티브 펀드는 모멘텀뿐만 아니라 회사의 밸류에이션, 적정가치를 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저평가돼있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을 찾아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공모펀드 부진의 이유를 공모펀드 자체에서 찾기도 한다. 가입이 불편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소문난 펀드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공모펀드 가입 수요도 많지 않은데 왜 직상장이 필요한 거냐는 얘기도 나온다.
▲ 공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건 맞는다. 다만 어떤 펀드에 투자했느냐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공모펀드도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분들이라면 부정적인 얘기는 안 했을 거다. 그러나 세제 혜택이 주어졌던 대부분의 펀드들, 코스피나 중소형·테마형 펀드들은 수익률이 안 좋았다. 실패를 경험했던 분들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 경험이 그런 왜곡 현상을 만든다. 이건 공모펀드가 아니라 아마 어디에 투자했느냐에 대한 함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ETF가 금융혁신이라는 건 동의한다. ETF의 핵심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인덱스를 복제하는 데 있다. 시장의 평균을 복제하는 것이다. 근데 지금 나와 있는 상품들은 그런 취지와 다르게 레버리지 상품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는 위험성이 있다. 또 기존 공모펀드는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는 매니저들이 있었지만 ETF는 알고리즘만 있다. 그래서 ETF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간다. 결과적으로 백화점식 상품을 만들어 놓을 수밖에 없다.
-- 공모펀드가 예전처럼 부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부흥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대세는 ETF고 많은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각자 해야 할 기능이 있고 찾아야 할 영역이 있지 않을까 한다. 공모펀드의 취지를 살리려고 한다면 제대로 된 투자전략과 매니저, 그리고 충분한 투자기간이 있어야 한다.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은 매년 6∼7% 정도의 리턴을 돌려주는 시장인데, 투자기간을 1년만 놓고 보면 마이너스 날 때도 있고 6개월 동안 개별 종목은 반토막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손실이 났다고 바로 투자금을 빼면 회복이 안 된다. 투자자들에 대한 리턴, 주주환원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올라간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 장기투자 할 수 있다. 장기투자를 배려하는 시장 정책이 나오면 좋겠는데 현실은 반대로 단기투자를 추구한다. 시장의 움직임에 너무 민감해지면 투자자는 모멘텀에 기반해 행동하게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못 한다.
-- 하반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은.
▲ 경기 침체 리스크, 엔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가능성, 인공지능(AI)산업 투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와 미국 대선,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까지 리스크가 굉장히 많다. 그러다 보니 뉴스 플로우에 따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알고리즘 매매가 미국 증시 흐름의 80%를 좌우한다고 한다. 어떤 조건이면 어떻게 움직이라는 코딩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수가 나빠지거나 이벤트가 터지게 되면 자금이 쏠리게 되고, 변동폭이 많이 커진 것 같다. 변동성이 크면 투자자 입장에서 매매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의 주가가 조정을 받아 본질가치보다 저평가돼 거래된다고 하면 좋은 저가매수 기회가 존재하지 않을까. 그때 사야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경기침체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모두 베어마켓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었고 설령 조정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는 6∼12개월 이후에는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당장은 수많은 변수로 인해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면 주식 60, 채권 40의 전통적 포트폴리오가 가장 좋은 상황이다.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꾸리는 건 맞는데 보수적 포트폴리오는 나중에 저평가 자산을 사기 위한 거다. 과거 펀드 운용을 해보면 언제 바닥을 찍을지 모른다. 가장 수익률이 높을 땐 반등할 때로, 하루에도 5∼6%씩 오른다. 적절한 비중으로 주식투자를 유지하는 건 바람직해 보인다.
nor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