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니에 임명에 전국서 11만명 항의 “선거 도둑맞아”
극좌 정당 LFI 대표는 “패배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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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파 출신 미셸 바르니에 총리(사진)를 임명한 데 항의하는 집회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총리 임명으로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임시정부 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여론이 악화하며 프랑스 정계는 다시 혼란에 빠지는 분위기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수도 파리를 비롯해 전국 150곳에서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좌파 연합 내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시위에는 약 11만명이 참여했다고 내무부는 집계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바르니에 총리 임명은 좌파 연합에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유권자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둑맞은 선거’ ‘마크롱의 권력 장악’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마크롱 퇴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자유의 상징 마리안 동상서 시위 우파 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마리안 동상 주위에서 ‘마크롱, 반역, 사임’이라고 쓴 플래카드와 국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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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지난 6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프랑스 국민 74%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무시했다고 생각한다’고, 55%는 ‘선거 결과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아파사네(63)는 프랑스24에 바르니에 총리를 “변장한 극우”라고 칭하며 “마크롱이 통치를 계속할 수 있도록 선택한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 직후부터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며 연일 비판 수위를 높여온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파리 시위에 참석해 “민주주의는 이겼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예술일 뿐만 아니라, 졌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라며 시위대를 향해 “긴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위에는 좌파 연합 내 공산당과 녹색당도 참여했다. 온건 성향 사회당은 당 차원에서 시위 참여를 독려하진 않았다. 이번 총리 임명 과정에서 사실상 ‘심사위원’ 역할을 한 극우 국민연합(RN)은 바르니에 총리의 첫 연설을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RN은 바르니에 정부가 자신들을 정치 세력으로 존중하고, 이민·안보 문제를 중시한다면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상태다.
조르당 바르델라 RN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와 민주주의에서 핵심 정치 세력이 된 RN의 민주적 감시 아래 있다”며 “이제 RN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7월 조기 총선 후 약 60일 만인 지난 5일 바르니에를 차기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수립 이래 최고령 총리(73세)로 정통 우파 공화당원이다. 세 차례 장관을 지냈고,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할 때 협상 책임자였다. 인사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의회를 정상화할 인물로 불신임 가능성이 가장 적은 베테랑 정치인을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야당의 반발이 커 의회 불신임 투표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다수다.
LFI는 바르니에 총리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 동성연애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에 두 차례 반대표를 던진 사실을 지적하며 정치 성향도 문제 삼고 있다.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5일 취임식에서 ‘이민 통제’를 정책 우선순위 중 하나로 제시하며 ‘우클릭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장관 인선에 좌파 인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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