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거주한 '쥐잡이 수석' 래리
여섯번째 총리 스타머 가족과 동거
스타머, 애완묘와 충돌 우려에 고심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의 터줏대감 고양이 래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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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월 스타머 총리 가족이 다우닝가 10번가로 이사를 한 뒤 애완묘인 조조와 새끼 고양이는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에만 머물고, 래리는 건물 나머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 부부는 고양이를 분리해둔 상태로 어떻게 만나게끔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래리는 2011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가족이 관저 내 설치류 제거를 위해 들인 고양이다. 이후 관저에 계속 머물며 5명의 총리 가족과 함께 거주했고 스타머 총리 가족이 여섯번째 동거인이 됐다. 다우닝가의 검은 정문으로 드나드는 래리를 위해 경비원은 래리가 들어가려고 하면 노크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래리는 여러 차례 업무 태만을 하고 있다는 농담 섞인 지적도 받았지만, 다우닝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머 총리 부부의 고민이 큰 이유는 래리가 이전 총리의 애완견, 애완묘와 여러 차례 충돌했기 때문이다. 직전인 리시 수낵 전 총리 가족이 기르던 애완견 래브라도 노바와는 격하게 싸웠고 결국 노바가 래리에게 패배했다고 수낵 전 총리의 아내 아크샤타 머티 여사가 밝히기도 했다. 또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키우던 애완견 잭 러셀인 딜린과도 접촉이 있었다. 존슨 전 총리는 한 신문 칼럼에 래리를 두고 "깡패 같은 녀석"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이 다우닝가 10번지 건물로 들어가기 전 고양이 래리를 쓰다듬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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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스본 전 총리의 애완묘인 프레이야와 영국 외무부 건물 인근에서 또 다른 쥐잡이 역할을 맡은 고양이 팔머스톤과 한판 전쟁을 치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프레이야와 싸울 땐 경찰이 나서서 이를 말렸고, 팔머스톤은 래리의 공격으로 귀 한쪽을 다친 뒤 2020년 은퇴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머 총리 부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당초 청소년 자녀 둘이 독일 셰퍼드를 입양하자고 했지만, 래리와 함께 거주할 상황을 고려해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는 방향으로 설득해 자녀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들은 또 조조와 새끼 고양이가 집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고양이 문을 설치하고 싶지만, 방탄 문을 뚫고 이를 설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우닝가의 터줏대감이 된 래리의 행보는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우닝가에 입성한 총리가 얼마나 빨리 래리를 쓰다듬을 것인지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워낙 큰 관심 받다 보니 영국 정부가 래리의 묘생이 끝날 경우 부고를 어떻게 전할지 계획을 세우는 수준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비한 종합 대응 계획인 코드명 '런던브리지 작전' 등에 빗대 '래리 브리지'라는 코드명까지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래리는 영국 총리실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다. 취재를 위해 다우닝가 10번지 앞에 있으면 기자들에 접근해 가방 냄새를 맡는 등 행동하며 주목받는 것을 즐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래리는 스타머 총리나 현재 야당 대표인 수낵 전 총리보다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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