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60일만
공화당 소속…'미스터 브렉시트' 베테랑 정치인
좌파 연합 "선거 도둑맞아"
엘리제궁은 이날 "대통령은 그에게 국가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봉사할 통합 정부를 구성할 임무를 맡겼다"며 "이번 임명은 전례 없는 일련의 협의 과정을 거쳤고 헌법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차기 총리와 정부가 가능한 한 안정적이고 최대한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신임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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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신임 총리를 지명하며 지난 7월16일 내각 사퇴 이후 50일 넘게 지속된 임시 정부도 막을 내렸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 "우리는 지금 심각한 상황에 있다. 이 시기가 프랑스인에게 유용하도록 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며 ▲공공 서비스 접근 ▲학교 문제 ▲일상의 안전 ▲이민 통제 ▲프랑스인들의 생활 수준 향상 등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바르니에 총리는 국민이 총리에게 기대하는 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우선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재정 부채와 생태적 부채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르니에 총리는 1951년생으로 올해 73세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수립 이후 최고령 총리다. 3선 하원의원에 상원의원 한 차례, 장관 3차례를 지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두 차례 역임했으며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할 때 협상 대표로 활약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이때 '미스터 브렉시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바르니에 총리를 임명하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네 번째 동거 정부가 탄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바르니에 총리는 정통 우파 공화당으로 소속 정당이 다르다.
지난 6월30일과 7월7일(결선)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은 하원 577석 중 168석을 얻었다. 182석을 얻은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에 이어 2위다. 단독으로 정부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화당은 4위에 그쳤다.
이에 지난달 23일부터 마크롱 대통령은 여러 정당 지도자와 회동하며 총리 후보를 물색했다. 여러 온건 좌·우파 인물이 거론됐으나 하원에서 불신임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최종 임명까지 가지 못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총리 지명권을 갖지만 하원에서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후보군 중 바르니에 총리가 불신임 가능성이 가장 작으며 정부 운영에서 공화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바르니에 총리가 2027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점 등이 임명 배경에 꼽힌다. 또 마크롱 대통령 측근들을 인용한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우파인 바르니에 총리가 마크롱 정부에서 지난 7년간 시행한 정책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니에 총리는 범여권과 온건 좌우 진영을 통합한 연립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연립 정부인 만큼 바르니에 총리의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향후 동거 정부의 주도권은 마크롱 대통령이 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르니에 총리 임명 소식에 총선에서 1위를 하고도 총리 자리를 빼앗긴 NFP 소속 좌파 정당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NFP 소속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선거가 도둑맞았다"며 "총선 2차 투표는 (극우) 국민연합(RN)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그 (정치적) 입장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임명됐다"고 비판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정점에 도달했다. 선거에서 4위를 차지한 당의 인물이 총리가 됐다"고 반발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누구를 조롱하느냐"고 반발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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