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약국에 걸린 가정 상비약 판매 문구. 연합뉴스 제공 |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 못가고 재택치료를 받다 숨진 11살 초등학생의 부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27단독 최유나 판사는 A군 부모 등 유가족들이 대한민국 정부와 인천 남동구를 상대로 청구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A군은 2022년 3월 25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였다. 때문에 코로나19 환자는 재택치료가 원칙이었고, 증상이 심각한 응급환자만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A군도 재택 치료를 했다. 감염 6일째인 같은해 3월 30일 A군 어머니 B씨는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지금 코로나19에 걸려 재택치료를 하는데, 너무 못 먹고 계속 잠만 자려고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119 상황실 근무자는 “의료상담하는 분이 지금 다른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며 “급한 상황이 아니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5시간 뒤 또 119에 연락해 호흡이 불편한 아들의 상태를 재차 설명했지만 119 상황실 근무자는 “저희가 가도 어차피 이송을 못 한다”며 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인근 병원을 안내했다.
B씨는 다음 날인 3월 31일에도 또다시 119에 전화해 “아이가 지금 너무 아파한다”고 호소했고, 119 상황실 근무자는 “보건소에 연락해 병상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B씨는 119 상황실 근무자가 문자메시지로 보내준 재택 치료자 외래진료센터 3곳에 연락했으나 “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천시 남동구 보건소 당직자도 “자정에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119에 연락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A군은 결국 자가격리가 해제된 시각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혼수상태에 빠져 13일 만에 숨졌다.
유가족들은 소송에서 “119 상황실 근무자는 방역 지침에 따라 환자 상태에 관해 질문하지 않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소 당직자도 ‘병상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고 ‘119에 전화하라’고 안내했을 뿐”이라며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와 보건소 당직자 등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로 A군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전문 의료인이 아닌 소방 공무원은 유선 상담을 통해 제공된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는 A군이 응급환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래진료센터 목록을 문자로 전송한 행위는 당시 의료 여건에서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건소 당직자도 상급 기관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며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해결 방법을 원고 측에 안내하는 등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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