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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인권의 피할 수 없는 오류[기자의눈]

뉴스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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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인권의 피할 수 없는 오류[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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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로 에이즈 확산"…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종교적 신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 이는 근대 이후 세계 시민 사회에서 합의된 명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참상과 이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를 경험한 인류는 반성적 차원에서 보편 인권에 합의했다. 유엔(UN)은 1946년 세계 각국에 국가인권기구 설치를 권장하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문을 채택했다. 1993년 유엔 총회에서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을 채택하면서 한국 사회에도 2001년 인권위가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보편 인권'을 부정하는 발언이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한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의 '권고'를 놓고 '국내법'을 앞세웠다. 유엔 권고가 국내법적 효력이 없다는 얘기를 에둘러 말하며, 이를 수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반복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국내법을 대입하는 순간 '상대적인 개념'으로 변질된다. 법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 후보자는 유엔 소속 각 조약기구가 여러 차례 걸쳐 한국 정부에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성소수자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동성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여러 자료에 대한 얘기 등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안 후보자의 주장들은 개신교 세계관에 기반한다. 이날 안 후보자는 "창조론, 진화론도 단순한 믿음의 문제"라며 양자를 학교 교육에서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과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청문회에서는 "목사 되려고 왔느냐"는 말이 나왔다.


국제 사회가 합의한 보편 인권은 성소수자를 포괄한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구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세계관을 지닌 안 후보자가 과연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권위는 인권의 최후 보루다. 인권위가 내리는 권고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인권위가 내세운 인권적 가치를 기준점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해왔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보편 인권을 향해 수렴한다.


인권이 나라마다, 문화마다 상대적이라며 '인권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개 공산주의를 표방하며 독재를 일삼는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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