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지수 부진에 기술주 폭락
日銀총재의 금리인상 시사도 악재
‘반독점 조사’ 엔비디아 9.5% 하락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AI 거품론에 미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라는 악재가 겹치며 9% 이상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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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재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또 한 번 출렁였다. 지난달 증시 하락의 신호탄이 됐던 미국 제조업지수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가 폭락했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 가능성이 다시 불거진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4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83.83포인트(3.15%) 하락한 2,580.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던 블랙먼데이(―8.77%)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닥도 3.76% 급락한 731.75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경기 하락 공포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4.24%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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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시아 증시는 한 달 만에 재점화된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지난달 주가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또다시 시장 전망치(47.5)를 밑도는 47.2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 것이다.
JP모건 등 월가에서 제기한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주가 하락에 불을 댕겼다. 마이클 셈벌레스트 JP모건 자산운용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며 AI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를 저격했다. 블랙록도 “AI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거들었다.
경기 침체 공포와 함께 AI 거품론이 촉발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9.5% 하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700억 달러 이상 증발한 것인데, 이는 미국 기업 역사상 하루 가장 큰 시총 손실이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가 하락 폭을 키웠다. 반도체 업체인 AMD(―7.82%)와 브로드컴(―6.16%) 등도 급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3% 넘게 내렸다. 글로벌 반도체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8.02%)와 삼성전자(―3.45%) 등의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도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까지 점쳐지면서 국제 유가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36%(3.21달러)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마감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구리 선물 가격도 2.8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증시 등이 경제 지표 대비 과대평가돼 있다”며 “6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 지표로 인해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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